대기업 사주들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소액 주주들이 큰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6일 김승현 한화회장에 대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하면서 징역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영향으로 한화가 전거래일보다 2.59% 하락한 3만1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화증권, 한화타임월드, 한화케미칼도 약세 마감했다.
특히 한화는 2010년 9월경에도 김 회장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당시 4만7000원 하던 주가는 4만4000원대로 사흘 연속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악재가 당분간 한화그룹주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너 리스크는 재벌 회장 등 지배주주가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 행위로 기업 가치에 해를 입히는 것을 뜻한다. 국내 기업은 경영 특성상 전문경영인 보다는 오너 총수의 의사 결정을 통해 사업이 좌지우지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오너 리스크가 외국에 비해 큰 편이다.
지난 2003년 3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등으로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SK의 주가는 3일간 40% 이상 떨어졌다. 당시 1만4000원 하던 SK주가는 최 회장의 구속수감소식에 7000원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07년2월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6만9800원에 이르던 주가가 두 달 후 5만8000원까지 떨어졌었다.
태광산업 역시 2월 이호진 전 회장 등 경영진의 배임횡령혐의로 경영공백 상태가 된 이후 주가가 4개월간 38% 미끄러졌다.
이와 관련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락은 오너가 기업경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 풍토상 오너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영업력이 떨이지고 대규모 투자 결정 등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며 “만일 9월 결심 공판에서 SK그룹의 최 회장마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주가는 기업의 기본적 가치하고는 상관없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