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19일 오후, 간간히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블랙스미스 앞에는 한류배우 송승헌, 박유천 사진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이곳에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들면서 죽어가던 이대앞 상권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거리를 메웠던 소규모 옷가게들은 자취를 감췄고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이대 앞에서 10년째 가방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몇 년 전 만해도 이대 정문 앞 ‘파비’를 비롯해 밀리오레에 입주한다는 가게가 없어 텅텅 비어있을 정도로 이대앞 상권은 죽어있었다”며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오긴 했지만 중국인들이 오면서 상권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에 오기 시작한 건 2년 여전. 이화라는 학교이름이 ‘돈을 번다’는 ‘리파(利發)’와 비슷하게 불리는 데다가 정문에서 사진을 찍으면 시집을 잘 간다는 소문이 퍼져 학교 앞은 중국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아지자 거리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화장품 가게로 채워졌다.
실제로 이대역에서 이대 정문, 신촌기차역에 이르는 길을 이대 앞에는 각종 화장품 브랜드들이 넘쳐난다. 현재 이대 앞에는 25개가 넘는 화장품 매장들이 있다. 에뛰드하우스, 홀리카홀리카는 이대 앞에만 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대 앞에서 쇼핑을 즐긴다는 최민영씨는 “화장품 매장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휑하던 뒷골목에 까페나 음식점들이 생겨 길거리가 활기를 되찾은 느낌”이라며 “주말에 와보면 중국인 관광객이 몇 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연 에뛰드하우스 이대점 매니저는 “고객 중 중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며 한꺼번에 50만원이상 구매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있다”며“한국 화장품이 인기가 좋고 중국에서 사는 것 보다 훨씬 싸 중요 관광코스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이대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명동에 내리자 역사 내 눈스퀘어 연결 진입로에서 처음 맞딱드린 것은 동방신기의 사진이었다.
한자로 동방신기를 표기해놓고 영어로는‘웰컴 투 명동’이라고 적어놨다. K-POP의 주 고객 중국인을 잡기위한 판매점의 전략임을 알 수 있었다.
역사 내 상가에도 중국어로 된 홍보 문구가 가득했다. 길에 채이는 외국인도 10명 중 8은 다 중국인이었다. 몇 년 전 이 상가가 일본어 홍보 문구로 도배됐던 것을 생각하면 달라진 중국인의 위상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같은 날 중국인관광객들은 명동 거리 중심에 위치한 스킨푸드 유네스코점에서 중국어로 쓰여진 마스크팩, 화장품 상품 정보 용지를 가지고 실제와 비교 후 구매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주로 2000원짜리 마스크팩과 2500~3000원짜리 매니큐어를 샀지만 바구니에 고가 상품도 넣는 등 이곳의 왕 고객은 중국인들이었다.
명동 거리에서는‘아리따움’에서 5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증정하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명동 거리를 중국인이 점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티니위니 명동점 관계자는“명동점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 한다”며“많게는 한번에 300만원까지 구매하는 중국인 고객이 있다”고 귀뜸했다.
이런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특별 화장품 묶음 할인 상품을 내놓는 등 장사에 열을 올렸다. 매장 관계자는 “멤버십데이여서 3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멤버십이 없는 외국인 고객은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해 기획 상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대문도 환전을 하기 위해 중국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을 찾는 이들 중 70%가 동대문을 들른다고 했다.
환전소 관계자는 “일본의 엔과 미국의 달러를 중국의 위안이 넘어섰다”며 “쇼핑을 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자국의 돈을 우리나라 돈으로 많이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에 위치한 쇼핑몰 두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 내방객에 20%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다. 이중 70%가 중국인 관광객이여서 두타 상인 입장에서는 중국인이 ‘왕’서방인 것 이다.
두타의 한 상인은 “중국인 관광객은 50만원 넘게 소비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동대문을 새로운 쇼핑 메카로 살린 구원투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