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다. 초중고생의 장래 희망직업 순위에서 연예인이 상위에 오른 것은 오래전 일이고 130여 대학과 대학교에서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실용음악, 방송연예, 연극영화 등 연예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학과 졸업생만 1만여명에 달한다. 2012년도 수시 1차 모집의 경우,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보컬 부분이 536.4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인 것을 비롯 경희대, 단국대 등 주요 10개 대학 실용음악과 평균 경쟁률은 105.99대 1로 지난해 83대 1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뿐만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획사 연습생 선발 오디션에 수만명이 몰리는 것은 일상의 풍경이 됐다. 어린이에서부터 중장년층까지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연기학원과 음악학원으로 향하고 수만명에서 수백만명이 MBC ‘위대한 탄생’SBS ‘K-POP스타’등 각종 오디션 문을 두드린다. 연예계 데뷔는 이제 ‘연예고시합격’으로 통한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임은정(36)교사는 “담임을 맡고 있는 5학년 30명 학생 중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이 50%가 넘는 16명에 달할 정도로 연예인은 요즘 초등학생들의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연예인 지망생이 넘쳐나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가수나 연기자로 활동할 기회가 한정돼 오래시간과 돈,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연예계 데뷔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급증해 막대한 인적, 경제적 손실을 낳고 있다. 설사 연예계 데뷔를 했다하더라도 출연기회나 활동무대가 없어 생계위협을 받는 연예인들이 부지기수다. 한국연예인노조가 403명 연예인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예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 연기자 중 40%가 1년에 단 한번도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해 연간 수입이 거의 없었다. 대한가수협회 김원찬 사무총장은 “협회에 등록된 가수 중 음반, 무대활동 등 가수 생활로만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2~3%에 불과하다.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연예계에 지망하기 보다는 연예계의 직업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진로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청소년시기에 다른 준비 없이 연예계 진출에만 올인 해 연예계에 데뷔를 못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연예인 지망생 꿈을 악용한 사기나 성폭행 등 관련 범죄 급증도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