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재단을 둘러보고 故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추모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전 열사의 남동생인 전태삼씨와 범민족민주열사추모연대, 쌍용차 관계자 등이 입구를 막고 방문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픔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며 “박 후보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 일방적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생각을 모든 사람들에게 정당화하려는 독선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비록 일정이 차질을 빚긴 했지만 전 열사 유가족과 친구 등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하는 등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박 후보는 이후 전 열사 동상이 세워진 청계천 전태일 다리로 이동, 헌화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시민단체 등에 의해 저지됐다.
박 후보는 대신 전태일 다리 맞은편 평화시장 앞에서 전 열사의 친구 김준용씨와 만나 “산업화 기간을 아울러 노동자 계층이 존중받는 사회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산업화 시대에 희생된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방문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상일 당 대변인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열사의 여동생으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의원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박 후보가 좋은 취지로 재단을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이 나라 노동의 현실은 그렇게 쉽게 개선될 수 없을 만큼 문제투성이가 돼버렸다”며 “현재의 노동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 5·16쿠데타와 유신, 군사독재에서 지금의 정수장학회까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지금의 말과 행동은 그 진실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후보는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들을 잇달아 찾는 등 지난 20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화합행보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다음날인 22일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았다.
또 20대와의 스킨십 강화를 위해 23일 전국 총학생회장단이 모인 ‘반값등록금’ 토론회에 참석해 “실질적인 반값등록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는가 하면 26일 ‘젊음의 거리’ 홍대 앞을 찾아 대학생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찢어진 청바지도 입을 수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정말 대단하다”고 하는 등 젊은 세대와 눈높이를 맞춰갔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박 후보도 알고 보면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반감을 가졌던 대학생들도 막상 박 후보를 만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편견을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