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스타일은 변해왔어도 변치 않는 것은 연출자 김종학이 작품에 담아내는 시대적 메시지는 늘 시청자와 함께 호흡했다. 그 이름값이 갖는 기대치가 있건만 요즘 방송되고 있는 SBS월화드라마 ‘신의’가 김종학이라는 이름 석 자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매회 시청률이 하락하는 굴욕을 맛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애니메이션 사용, 소재의 유사성, 규모 등에서 지적을 받으며 결국 한 자릿수 시청률을 찍었다.
4일‘신의’ 촬영에 한창인 인천시 운서동 스튜디오쿰에서 만난 김종학PD는 긴장된 모습이었다. 총24부작 중 7회(4일 기준) 방송을 한 감독의 어깨가 쳐진 이유는 (시청률)숫자가 보여준다.
로맨틱코미디로 키를 잡았지만 공민왕(류덕환)을 통해 현 시대를 반영하는 메시지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타임슬립을 채용한 만큼 어차피 떠날 사람과 남아 있을 사람의 아련함이 이야기의 중심축이 될 것은 예상가능하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에는 설레임과 긴장감을 부여할 생각이다. 대신 감독은 공민왕 스토리에 마음을 주었다.
“대선을 염두에 두거나 현 정치를 비꼬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다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상을 한 번 그려보고는 싶습니다. 공민왕을 이 시대에 필요한 왕으로 표현해 내는 게 나의 과제에요. 거기에 지금까지 깔아두었던 빙공, 화공, 음공, 뇌공 등을 현대 의학으로 어떻게 대치시키는지를 보여줄 예정이에요. 현대에서 온 의사에 의해서 무공이 사람의 병을 고치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할겁니다.”
멜로와 정치 이외의 것들에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최영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도 전투장면을 넣는 등 복잡한 설명을 피하고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단순화시켜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감독의 의도와 달리 애니메이션 사용이 시청 몰입도를 방해한다는 의견을 의식하듯 “애니메이션 삽입은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자평했어요. 어렵고 복잡한 설명을 단순화시킴으로써 경제적 측면의 효과도 있었고, 장면 자체의 상징적 의미에도 훨씬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해명했다.
연출자로서 제작비 생각도 접어 둘 수 없었나보다. 이를 뒷받침하듯 SBS 김영섭CP는 3일 판권 수출과 제작비 추가 투자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부연설명한다. 이미 7회부터는 야외 장면 촬영 등 제작비의 과감한 투자가 시작됐다. 그 결과 8회 시청률은 하락세를 멈추고 1.2% 포인트 상승한 11%(AGB닐슨리서치) 성적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