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초졸 학력부터 베니스의 최고까지

입력 2012-09-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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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연출작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최초의 사건이자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도 충격적인 결과다.

일찍이 김 감독의 독특한 작품 세계는 국내보단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왔다. 국내 영화인으로선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본상 수상이란 화려한 타이틀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국내 영화 산업 시스템에서 김기덕은 ‘이단아’ 혹은 ‘괴물’ 등으로 불리며 주류의 반감을 사온 인물이다. 학연과 지연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진 국내 영화계에선 나올수도 나와서도 안 되는 존재였다.

1960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했듯이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다. 공식 학력으로 인정받지 못한 농업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후 구로공단과 청계천 등지에서 일하며 여러 가지 기술을 배웠다. ‘피에타’의 무대가 된 청계천 역시 김 감독이 15세에 공장 생활을 해온 곳이다. 학력과 사회적 이력 거기에 어려운 경제적 환경은 그를 ‘열등감’의 산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를 떨쳐 내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제대 후에는 프랑스로 건너가 거리의 미술가를 꿈꿨다.

프랑스 남부 해안에서 행인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등 거리의 미술가로 활동해온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영화 두 편이었다. 미국 영화 ‘양들의 침묵’과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었다. 그때 김기덕의 나이 32세였고, 영화란 영상 콘텐츠를 처음 접하기도 했다.

단 두 편으로 영화에 빠진 김기덕이었지만 어떻게 영화를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정규 영화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문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시도하고 습득했고 또 배워 나갔다. 미술적인 재능이 뛰어나 그 감성을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내며 다른 이들과는 다른 영화 세계를 구축해 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친 듯이 시나리오를 썼고 1995년 ‘무단횡단’이란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에 당선된다. 그리고 이듬해인 첫 연출작 ‘악어’를 선보이며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처음 영화를 접한 지 불과 4년만의 일이다.

1998년 세 번째 연출작 ‘파란 대문’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네 번째 영화 ‘섬’이 2000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이 영화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상을 받았다. 같은 해 대학로에서 배우 주진모를 발굴해 찍은 ‘실제 상황’은 불과 세 시간 만에 완성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1년 뒤인 2001년 ‘수취인불명’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같은 해 ‘나쁜 남자’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괴물 같은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나쁜 남자’는 70만 관객 동원으로 김 감독 작품 중 흥행면에서 성공한 첫 영화이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톱스타 장동건을 캐스팅한 ‘해안선’으로 다시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계속된 해외 영화의 낭보로 국내외 톱스타들이 김기덕과 함께 하기를 원했다. 장동건 이나영을 비롯해 홍콩배우 장첸,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 등이 먼저 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에는 김 감독이 한 방송에 출연해 할리우드 유명 배우 윌리엄 데포가 먼저 연락이 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국내 영화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받아왔지만 작품성 만큼은 인정받기도 했다. 2003년 자신이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김기덕의 힘이 전 세계를 휘어잡기 시작했다. 그해 열린 베를린 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 같은 해 ‘빈 집’이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1년 뒤인 2005년에는 ‘활’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 2007년 ‘숨’으로 다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국내 영화 감독 가운데 누구도 이뤄내진 못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했지만 흥행과 대중성에선 늘 뒷전이기도 했다.

2005년 ‘활’은 단관 개봉으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고, ‘숨’의 경우 국내 개봉이 이뤄지지 못할 뻔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2006년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를 본 뒤 “‘괴물’은 한국영화 수준과 한국관객의 수준이 만난 영화”란 독설을 내뱉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08년에는 자신이 직접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가 성공하면서 흥행성도 입증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장 감독이 한 대형 투자 배급사와 손을 잡고 자신을 떠나면서 이른바 ‘김기덕 사단’의 내홍을 겪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비몽’ 촬영 중 주연 배우인 이나영이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일을 겪으며 심적인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결국 한 시골에 칩거했고, 일부 언론이 김기덕 폐인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시기 김 감독은 자신의 고민과 번뇌를 담은 다큐 형식의 영화 ‘아리랑’을 홀로 제작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며 김기덕의 부활을 알렸다. 이로써 김기덕은 세계 3대 영화제 본상 수상이란 국내 영화계 전무후무한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곧이어 제자인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풍산개’가 다시 흥행에 성공하며 ‘김기덕 사단’의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1년 뒤인 올해 김기덕은 마침내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영화제 최고 정점에 올라서며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자신 있게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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