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부터 2일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3차 양적완화(QE3) 시행을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벤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말 잭슨홀 연설에서 QE3에 대해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만큼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질 것이라는 믿음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재정 위기국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연준이 이와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기대도 큰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준이 나설 차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ECB의 경우, 국채 무제한 매입 발표 이후 치솟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진정되는 등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사실이다.
독일 중앙은행의 반대를 봉합하고 이사회의 결정을 주도한 드라기 총재의 리더십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문제는 드라기 총재가 비장의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재정위기가 언제 수습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중앙은행이 물리적인 힘으로 금리를 낮췄다고 해서 구조적인 재정난이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CB 내에서도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드라기 총재의 권한이 워낙 큰 데다 여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중앙은행의 특성상 정치권보다 결정이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ECB의 국채 매입은 어디까지나 재정위기국들이 재정 건전화를 약속하고 유로안정화기구(ESM) 등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전제다.
다시 말해 ECB의 단독 지원이 불가능하며, 해당 국가의 정치적 결단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뒷걸음질치는 경제와 높은 실업률을 낮추려면 연준의 금융완화정책이 답은 아니다.
당장 시장의 기대에는 부응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6월 발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지지하는 능력은 한정적이었다.
중앙은행의 조치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악영향을 억제하는 계기는 됐지만 국채 매입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규모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전통적이든 비전통적이든 금융완화 정책은 모두 임시방편이며, 한계가 있다고 BIS는 분석했다.
여기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튀는 불똥을 중앙은행이 막을 방법은 더더욱 없다.
중국은 금융위기 당시 내놓은 4조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과잉 설비를 떠안고 있는 데다 소비까지 부진해 당분간 전망은 잿빛이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시장의 실망은 물론이고 양치기 소년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하지만 방아쇠 한번 당겨봤다가 효과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러시안 룰렛식의 완화정책은 괜한 실탄 낭비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번에는 재선을 다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으로 실현할 수 없는 경기 부양책을 남발하지 말고, 연준 역시 이를 떠맡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