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경영활동 보폭 넓힌다

입력 2012-09-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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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이어 세트까지 챙겨 … 후계자 수업 막바지 분석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품과 세트를 아우르는 행보를 하며 경영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트와 부품 부문을 명확히 구분하는 삼성전자의 경영 원칙을 고려할 때, 후계자 수업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사장은 삼성의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세계를 누빈 데 이어 세트 쪽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이재용 사장은 미국으로 출국, 신종균 IM 담당 사장과 함께 북미지역 사업장을 점검하고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 주요 거래선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애플과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 사장은 이번 출장기간 중에 카를로스 슬림 회장을 만나 양사간 사업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은 유선통신사인 텔맥스텔레콤과 중남미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아메리카 모빌 등의 회장이다.

그 동안 이재용 사장은 휴대폰, TV 등 세트처럼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 있는 부품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오너 3세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5월 초 독일에서 세계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을 만나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 등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올 2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하지 않은 채 독일로 향했다. 이 곳에서 라이트 호퍼 BMW 회장과 다각적인 협력을 논의했고, 5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또 중국 차세대 지도자인 리커창 부총리, 왕치산 부총리와 차례로 면담하며 중국 부품 사업 협조를 구했다. 중국 차세대 LCD 공장 건설과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이 사장은 삼성 부품 최고 고객인 애플의 팀쿡 CEO와 단독 회동을 갖고 부품 추가 공급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이재용 사장은 윤부근,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와 함께 베트남 휴대폰 공장으로 날아가 제조 전략회의를 가지며 세트쪽 사업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패권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미국 시장 공략에도 직접 나섰다. 그간 애플을 부품 고객의 입장에서 대했다면, 이제는 경쟁자로서 대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후계자 수업의 마지막 단계로 특허 소송 등 애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라는 숙제가 주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부품은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생산효율이 중심이고, 세트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성이 중시된다. 업의 본질이 다른 양쪽을 모두 알아야 삼성을 이끌 수 있다”며 “이재용 사장의 행보도 이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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