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사장은 삼성의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세계를 누빈 데 이어 세트 쪽으로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이재용 사장은 미국으로 출국, 신종균 IM 담당 사장과 함께 북미지역 사업장을 점검하고 AT&T, 스프린트, T모바일 등 주요 거래선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애플과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 사장은 이번 출장기간 중에 카를로스 슬림 회장을 만나 양사간 사업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은 유선통신사인 텔맥스텔레콤과 중남미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아메리카 모빌 등의 회장이다.
그 동안 이재용 사장은 휴대폰, TV 등 세트처럼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 있는 부품사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오너 3세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5월 초 독일에서 세계 3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을 만나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 등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올 2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석하지 않은 채 독일로 향했다. 이 곳에서 라이트 호퍼 BMW 회장과 다각적인 협력을 논의했고, 5월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또 중국 차세대 지도자인 리커창 부총리, 왕치산 부총리와 차례로 면담하며 중국 부품 사업 협조를 구했다. 중국 차세대 LCD 공장 건설과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이 사장은 삼성 부품 최고 고객인 애플의 팀쿡 CEO와 단독 회동을 갖고 부품 추가 공급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이재용 사장은 윤부근,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와 함께 베트남 휴대폰 공장으로 날아가 제조 전략회의를 가지며 세트쪽 사업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패권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미국 시장 공략에도 직접 나섰다. 그간 애플을 부품 고객의 입장에서 대했다면, 이제는 경쟁자로서 대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후계자 수업의 마지막 단계로 특허 소송 등 애플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라는 숙제가 주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부품은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생산효율이 중심이고, 세트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성이 중시된다. 업의 본질이 다른 양쪽을 모두 알아야 삼성을 이끌 수 있다”며 “이재용 사장의 행보도 이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