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80년대 이후 창업 기업 중 매출 10조원을 바라보는 최초의 기업인이랜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단연 M&A에 맞춰져 있다. M&A를 통해 유통, 패션, 레저를 아우르는 사업다각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1995년 켄싱턴스타호텔을 인수하면서 호텔사업에 진출했고 2003년에는 뉴코아를, 2006년에는 한국까르푸를 1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까르푸 인수 후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재매각 했다.
이랜드는 2010년 이후 10개가 넘는 회사를 사들였다. 패션업체인 라리오, 벨페, 가방브랜드 만다리나덕, 코치넬리와 록캐런오브스코틀랜드를 인수했다. 작년에는 엘칸토, 광주 밀리오레도 샀다. 레져분야에서는 C&우방랜드, PIC사이판, 팜스리조트를 인수했고 미국 신발업체 CBI와 LA다저스 인수를 시도 했지만 실패하기도 했다.
이랜드는 그동안 인수했던 벨페, 만다리나 덕 등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중국시장에 하반기에 첫 선을 보인다. 한국을 넘어서 중국 패션시장에서 리딩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랜드가 유럽 브랜드를 통해 중국을 공략한 것은 전략적으로 유효하다는 평가다.
변정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랜드가 글로벌 패션 그룹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해외 브랜드 M&A를 통해 중국을 공략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랜드가 현재 자체적으로 글로벌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키울 능력이 현실적으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패션의 흐름이 패스트패션 중심으로 가기 때문에 브랜드 인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한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이경록 NH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랜드가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이랜드는 중국에서의 성공 경험이 있고 자체적인 유통망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재무구조 안정을 통해 안정감을 주면 오히려 자금조달이 쉽고 자금 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랜드는 재무 건전성관리를 위해 내년에 홍콩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이랜드패션 차이나홀딩스’는 이랜드월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랜드는 홍콩증시 상장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선순환적 자금 조달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M&A를 통해 이랜드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원동력은 철저한 고객중심, 시장중심 경영에 있다. 한국 경제가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90년대 중반, 중산층을 타겟으로 ‘백화점을 할인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점한 ‘2001 아울렛’은 신개념 유통사업의 시작이었다.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에 저렴한 가격을 내걸고 중산층 고객층을 파고 들었다.
94년 28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아울렛은 1년만인 95년 3개 매장 542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렛 사업 출범 5년만인 99년에는 매출이 3000억원에 육박해 이랜드 유통사업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장이자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인 중국시장을 개척할 때도 이랜드만의 시장중심 경영이 주효했다. 중국은 지역마다 지역 색이 분명한 만큼 어느 곳보다 정확한 배경지식과 사전조사가 요구되는 시장이다.
중국사업부를 맡고 있는 최종양 사장이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고 6개월 간 기차로 중국 전역을 순회했다. 한국시장의 읍에 해당하는 ‘찐’단위의 시장조사까지 동행한 최대표의 검증작업은 이랜드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보여준다.
박성경 이랜드 그룹 부회장은 “시장은 이미 기업이 원하는 답을 갖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해답을 찾는 게 이랜드의 혁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