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이 웅진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뒤늦게 우량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등급으로 떨어뜨려 ‘뒷북 조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날까지 웅진그룹 계열사에 정상 투자등급을 줘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27일 웅진홀딩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D’ 등급으로 강등했다.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26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하루 만에 ‘채무상환능력 높음’에서 ‘채무불이행’으로 평가한 것이다. 웅진홀딩스의 계열사인 웅진코웨이(A+)와 웅진케미칼(BBB+), 웅진씽크빅(A)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이라고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웅진홀딩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D’로 내렸다. 또 웅진씽크빅(A) 웅진에너지(BBB+) 웅진케미칼(BBB+) 웅진코웨이(A+)의 신용등급 하향조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도 웅진에너지(BBB+)와 웅진식품(BBB+)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금융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극동건설 부실로 웅진그룹의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엉터리 뒷북 평가를 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불이행 등급을 법정관리 직전까지 우량등급으로 평가한 것은 신평사들이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내 신평사들의 과점체제 해소와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규제 강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가 담합이라도 한 듯 3분의 1씩 차지해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이들 신용평가사의 평가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삼환기업,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진흥기업 등 모두가 법정관리 신청 후 투자적격등급에서 부적격으로 강등했다. 문제는 이들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믿고 이들 기업이 발행한 CP(기업어음)나 회사채 등을 사들인 개인고객들이 수천억원대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 웅진그룹 계열사 뒷북 강등을 계기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과 퇴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