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사는 주부 김모(30)씨는 추석 연휴에 8개월 아기가 쇠로 된 문손잡이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응급환자 상담전화인 1339에 전화를 걸었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두 번 시도 한 끝에 전화가 걸렸지만 전화를 받은 것은 전문의가 아닌 학생이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옆에 있는 직원한테 이것저것 묻더니 대답을 해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119로 돌렸다. 119로 전화가 돌려지자 김 씨는 또 증세에 대한 설명을 더 해야 해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김 씨는 "아기가 울면 진땀이 나고 당황스러워 상담할 곳이 간절하다"면서 "1339로 전화하니 제대로 상담해주지 않고 119로 바로 연결하니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339는 아기가 열이 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휴일에 문을 여는 병원이나 약국을 알려줘 유용했는데 지금은 있으나마나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응급환자를 상담했던 1339가 119로 통합되면서 오히려 응급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화재, 재해, 명절 연휴 등 신고전화가 폭주하는 시기에 공중보건의 수급이 어려워 응급의료학과 대학생들을 임시방편으로 아르바이트 고용하면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는 전신인 '적십자 129 응급환자 정보센터'부터 시작해 당직 의료기관 안내와 응급조치 상담 등을 했던 기관이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1339와 119 두 개의 신고번호로 인한 국민의 혼란을 막기 위해 119 단일 신고체제로 통합 운영키로 하면서 내년 6월부터는 번호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1339 이용이 많고 119 통합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1339로 전화를 걸면 119로 전화를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시도 소방본부와 1339 센터에서 활동 중인 공중보건의사가 통합돼 응급의료서비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애초 목적한 기능에 부응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천안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역에서 의사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명절 기간에 응급의학과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임시 고용하고 있지만 응급 상황시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보 시스템간 유기적인 연동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가 응급 상담을 1339와 119에 반복 설명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1339 상담 데이터가 119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공식적인 통합 발표가 있었을 당시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선진국이 환자 스스로 구급차 출동이 필요한 경우와 그 외의 경우를 분리해 서로 다른 전화번호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통합에 따른 출동지연으로 응급호나자의 생존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응급의료 정책의 혼란으로 국민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센터 관계자는 "제대로 된 대책없이 통합돼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심장마비 등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 발생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송정보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적극적인 업무협력 체계를 갖춰 응급전화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