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한민국 증권가를 움직이는 대표 애널리스트 100인의 생각은 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경제민주화를 지나치게 강조하기 보다는 성장에 우선 순위를 둬야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또 정치권의 복지 논쟁과 관련해서는 무조건적인 퍼주기보다는 현실과 재정에 맞는 복지정책을 주문했다.
또 개별 응답자의 경제민주화 및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과 정당 및 대선후보 지지성향과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애널리스트 여론조사 설문의 특징이다.
◇경제민주화 방향, 57% "공정경쟁 풍토 조성"…27%만 "지배구조 개선" =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경제민주화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57%)이 ‘공정경쟁 풍토 조성’을 꼽았다. 반면 ‘총수의 특권배제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꼽은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또 ‘경제민주화는 시장 질서를 해치므로 필요치않다’는 응답도 14%에 달했다. 기타 의견도 2%가 나왔다.
이는 각 대선후보가 온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경제민주화의 방향으로 대기업(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재벌개혁을 최우선 순위로 꼽는 것과는 상반된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순환출자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금산분리)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재벌개혁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대기업과 대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경제민주화는 시장질서를 해치므로 필요치않다’는 응답도 14%나 되는 것은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추진 적임자, 안철수 압도적 1위…'CEO 출신' 영향 미친듯 =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 실천할 대선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41명의 애널리스트들이 ‘안철수’라고 답했다. 이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23명으로 2위를 차지했고 박근혜 후보는 근소한 차이(20명)로 3위에 머물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6명에 달했다.
경제민주화 추진의 적임자로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안철수 후보를 꼽은 것은 후보 중 유일한 CEO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의사로 출발해 컴퓨터 백신 개발자로, 안랩(전 안철수연구소) 설립자에서 대학교수로, 대학교수에서 대선후보로 끊임없는 변신을 해 왔다. 특히 안랩이라는 벤처기업을 지금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면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 것은 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모르겠다’는 응답자도 16명에 달한 것을 보면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않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경제민주화와 성장, 조화 이뤄야 > 성장 우선 > 경제민주화 먼저 = 애널리스트들은 경제민주화와 성장담론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1%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경제성장’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6%였고 ‘경제민주화’라고 답한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였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분배’와 ‘성장’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서 ‘성장’ 얘기하는 것과 ‘성장’을 주창하면서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성장’ 사이의 갈등 속에 있고 문재인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철수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둘 모두 조화를 이뤄야 한다’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것은 경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경제민주화’보다 ‘경제성장’에 응답자가 더 많은 것은 경제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직종에 종사하는 특성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바람직한 복지 정책, 64% '선택적 복지' 지지…'보편적 복지'는 27% = ‘바람직한 복지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64%가 ‘선택적 복지’를 선택했다. 반면 ‘보편적 복지’는 27%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였다.
‘선택적 복지’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응답자가 ‘보편적 복지’를 선책한 응답자의 두배에 달하는 것은 앞서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이 조화를 이뤄야하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후보별 복지정책을 보면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며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자립할 수록 돕자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연령, 계층에 상관없는 전국민이 정부복지 정책의 수혜를 입는 ‘강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복지양극화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의 ‘선택적 복지’와 문재인 후보의 ‘보편적 복지’의 중간 쯤이다. 또 ‘경제민주화와 복지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도 강조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선택적 복지를 우선 강화한 후 중산층도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대통령 최우선 과제, 대다수 "경기 부양·일자리 창출부터 힘써야" = 애널리스트들은 차기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활성화’를 꼽았다. 이 역시 ‘경제민주화’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애널리스트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대통령이 집권 초기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방향은’이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42%가 ‘경기부양’을, 35%가 ‘일자리 창출’을 꼽은 것이다. 또 ‘경제민주화’라는 응답자가 13%, ‘물가안정’은 10%를 각각 차지했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의 주요 정책과도 인식을 공유한다. 박근혜 후보는 일자리창출을 ‘경제민주화’,‘복지’ 와 함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취임일성에서 ‘일자리 혁명’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청년일자리특위 설치도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는 창업육성과 벤처 활성화 등 경제혁신을 통한 일자리창출과 내수산업·서비스 산업을 지원하는 일자리 중심의 정부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