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하면 누구나 ‘주식시장’을 꼽는다.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바탕으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기업이 성장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시장은 주식에 밀려 항상 조연의 자리에 머물러 왔다. 변동성 높은 투자 상품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최소 수년을 내다봐야 하는 채권보다 한순간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주식시장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자본시장의 꽃인 주식시장이 시들시들해지고 있는 반면 조연에 자리에 머문 채권시장이 활짝 만개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지난해 12월 하루 평균 8조840억원에서 9월 7조8000억원으로 약 1조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채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2월 3조785억원에서 올해 9월 7조원을 기록해 약 4조원 가량 급증했다.
투자자별로도 다양해지면서 기존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 직접 투자비중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속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빚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유럽의 재정위기가 재차 확산되고 있고 미국의 경기모멘텀까지 약화될 전망”이라며 “경기비관론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채권시장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면서 채권시장의 무게 중심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됐다. 지난 9월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국고채 30년물이 발행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SK증권, 동양증권이 배정받은 30년물 판매 물량은 수일 만에 동이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령화로 인해서 퇴직·연금보험 시장이 확대되고 연기금 자금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장기채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각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채권 운용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악화된 수익을 채권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함이다.
현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수장 자리에 채권 1세대 전문가를 선임했고 키움증권은 채권중개 강화를 위해 한화투자증권 채권영업팀 9명을 대거 영입했다. 토러스투자증권도 최근 채권중개 자격을 획득하고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채권시장이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웅진홀딩스 사태처럼 갑작스럽게 기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다면 회사채에 투자한 자금을 제대로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개인의 채권투자가 늘면서 증권사별로 회사채 등급 분석이나 위험에 대한 경고를 알리는 리포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며 “무조건 높은 수익률만을 노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 관련 정보를 많이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