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하우스푸어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이견을 보이며 정확한 정의는 물론 대상자 집계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기의 뇌관이 하우스푸어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하우스푸어의 개념 정의와 규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도한 주택대출로 가계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자비용으로 쓰는 하우스푸어들이 급증하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하우스푸어 지원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의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은행권에서 제시한 세일 앤드 리스백,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등 하우스푸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기준점을 찾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어디까지를 하우스푸어로 규정할지 실태조사를 한 뒤 은행과 채무자 간 맞춤형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2금융권까지 포함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현실에 맞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도 “하우스푸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실태조사가 명확히 이뤄져야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등 하우스푸어 대책을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할지 등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실태 파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눈치다. 통상 은행에서 집값의 60%까지 대출을 해주는 상황에서 어느 선까지 하우푸어로 규정할지 고민스런 모습이다.
현재 시장에서 파악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규모는 대부분 민간 연구기관에서 나온 수치다. 따라서 해당 기관별로 높은 편차를 보이며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파악한 하우스푸어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집을 가진 1102만7000가구 중 138만6000가구(12.6%)로 집계됐다. 1년 새 21.8%가 늘어난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기준으로도 157만 가구를 하우스푸어라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대책부터 도입하고 하우스푸어 실태조사를 마친 뒤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연체자 중심으로 최대 4만5000가구를 하우스푸어로 규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