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다. 세계적인 검색엔진 구글이 자사의 지도서비스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지우고 ‘동해’ 표기 역시 ‘일본해’로 바꾸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든 한일간 갈등에 새로운 불씨를 당기고 있다. 구글은 글로벌 정책에 따른 것뿐이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이처럼 황당한 조치의 배후에 일본 정부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글싣는 순서>
① 구글, '독도' 삭제 파문...일본 제국주의 망령?
② 일본 할리우드액션 먹혔나...외신 "독도는 분쟁지역"
③ 유명무실한 독도의날
사태가 불거진 것은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4일 구글이 지도 서비스 ‘구글맵’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지웠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구글맵'에 영어로 'dokdo'라는 단어를 입력해 검색하면 독도의 지도와 함께 한국 주소('울릉군 울릉읍 독도이사부길 63')가 표시됐다. 하지만 지난 19일부터는 독도의 지도가 표시될 뿐 한국 주소는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섬의 명칭도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바뀌었다. ‘dokdo'로 검색하면 리앙쿠르 암초로 표시되고 지도를 클릭하면 일본 주소인 ‘일본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초 다케시마’가 영어로 표시된다.
여기다 ‘East Sea’로 검색하면 과거 버전에는 지도상에 아무런 표시가 없었으나 이번에 ‘일본해(Sea of Japan)’라는 표기가 단독으로 추가됐다.
일본 언론들은 구글이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고 지도 서비스를 수정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3월16일 내각 회의에서 구글이 독도 소재지를 울릉군이라고 기술한 데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회 답변서를 결정했다.
특히 ‘다케시마의날’을 제정한 시마네현의 주도로 일본 정부는 구글 측에 "독도를 한국령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술을 철회하라"고 압박해왔다.
하지만 구글의 입장은 다르다. 구글은 이번 조치가 일본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25일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구글은 분쟁 지역에 대한 관한 내부 정책에 맞춰 일부 지역에 대한 표기를 업데이트하면서 생긴 결과로, 어떤 정부의 요청과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데비비드 막스 구글 아태지역 제품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성명에서 “이번에 독도ㆍ다케시마, 동해ㆍ일본해, 센카쿠ㆍ댜오위다오, 페르시아만ㆍ아라비아만 등 4개 지역에 대한 표시를 업데이트했으며 이는 해당 지역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지역 연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스 총괄은 "이번 업데이트는 구글이 오래 전부터 유지한 글로벌 정책에 맞춘 것으로 어떠한 정부의 요청과도 관련이 없다"며 "구글은 지리 명칭이 정서적으로 대단히 민감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사용자가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를 하면서 가장 정확하면서도 지역적 연관성이 높은 지명을 선정하기 위해 한국의 국토지리정보원과 일본 국토지리원을 포함해 다양한 관련 기관의 자료와 견해를 참고했다.
하지만 구글이 세계적인 검색엔진인 만큼 이번 조치의 파급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역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 영토로 구글의 독도 주소삭제는 이러한 우리 입장에 배치된다"면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글이 민간회사인 점 등을 감안해 구글 측에 우리 입장을 알릴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