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일본의 몰락] 전자업계 탈출구가 없다

입력 2012-11-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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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부도 위기·잇따른 신용등급 강등 등 추락 가속화… 시장 조류 못 읽고 내수에 안주

한때 글로벌 전자산업을 주름잡던 ‘주식회사 일본’이 무너지고 있다.

소니와 샤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표 전자업체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산업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소니는 지난 9월 마감한 회계 2분기에 155억엔(약 21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2위 TV업체인 파나소닉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내년 3월 마감하는 올 회계연도에 765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의 30배가 넘는 것이다.

한때 디스플레이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샤프는 올해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인 450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는 올 초 대만 혼하이정밀에 지분 9.9%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급락에 혼하이가 재협상을 요구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샤프는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는 최근 이들 ‘빅3’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했다.

일본 경제의 상징이었던 전자업계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무디스는 지난 9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등급 바로 위 단계인 ‘Baa3’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올 들어서만 소니의 신용등급을 세 차례나 강등했다.

S&P는 2일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강등했고, 같은 날 피치는 샤프 신용등급을 ‘BBB-’에서 정크등급인 ‘B-’로 내렸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이들 일본 ‘빅3’는 애플과 같은 활기도, 삼성전자와 같은 마케팅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게 됐다.

시장 조류를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된 투자가 몰락의 주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니는 1990년대 이후 음악과 영화 등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나 이를 TV와 DVD플레이어 등 하드웨어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실패했다. 소니는 지난 2004년 세계 최초로 LED TV를 상용화했지만 투자와 마케팅을 망설이다 삼성에 시장을 빼앗겼다.

파나소닉도 LCD TV와의 경쟁에서 밀린 PDP에 베팅하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샤프는 2000~2007년에 LCD TV와 아쿠오스 휴대폰, 태양광 배터리 등의 판매 호조로 전성기를 누렸다.

이 기간 샤프의 순이익은 150% 늘었다. 그러나 삼성과 LG 등이 LCD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LCD패널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애플 아이폰이 2008년 일본에서 데뷔하면서 샤프의 휴대폰 매출은 현재 2007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샤프는 지난 2007년 말 사카이에 연 600만대 규모의 대형 LCD 패널 공장을 지었다. 이는 당시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리던 대형 패널 수보다 많은 것이다.

내실을 꾀해야 했던 시기에 과잉투자를 한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새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따라잡지 못한 것도 일본 전자업계가 세계시장 조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상징한다.

1억명이 넘는 자국의 막대한 내수시장에 지나치게 안주한 것도 몰락으로 이어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일본 최대 소비자가전 수출업체 소니도 지난해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달했다. 파나소닉과 샤프는 내수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소니는 지난 2003년에 세계 최초 전자책 단말기인 ‘리브리에’를 발표했다.그러나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일본어로 만드는 등 자국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아마존의 킨들에 급격히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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