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매매는 종종 ‘폭탄 돌리기’에 비유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실적의 뒷받침 없는 테마주의 거품은 조만간 사그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다만 폭탄이 자기 순서에서는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믿음 속에 오늘도 베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선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도박인지는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보통 대선 테마주는 관련 후보의 공약이나 당선여부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 그러나 막상 대선에서 관련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주가는 대선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1997년 대선 당시만 해도 대선후보와의 인맥 유무와는 상관없이 후보의 정책에 관련된 테마주만이 존재했다. 김대중 당시 대선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료·비료업체 등 대북지원 수혜주가 처음 대선 테마주로 등장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IT 산업 육성책을 타고 수많은 게임업체 등 벤처기업의 주가가 요동쳤다. 거기까지였다. 전세계적으로 IT버블이 꺼지면서 테마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는 노무현 후보가 내걸었던 ‘충청권 수도 이전’ 공약에 대전·충청권 연고 기업이 들썩였다. 계룡건설, 대아건설, 한라공조, 영보화학, 충남방적, 우성사료 등의 주가가 치솟았다. 노무현 정권이 황우석 박사를 내세워 바이오산업 육성의지를 밝히면서 관련주, 특히 줄기세포 연구사업 관련주들도 수혜를 봤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 집권이후, 충청권 수도 이전 공약을 법제화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세종시 수정안도 국회에서 부결되는 등 관련 테마주들은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줄기세포 관련주들도 속칭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급락세를 나타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특수건설, 삼호개발, 이화공영, 동신건설 등 중소형 건설사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2007년부터 현재와 같은 인맥형 정치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이명박 후보의 사위인 조현범 당시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신천개발(현 씨앤에스자산관리)은 구천서 전 국회의원이 이 후보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편입됐다. EG가 이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박근혜 당시 경선후보의 테마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때다.
이들 테마주도 이 후보의 당선일인 12월19일 전부터 급락을 피할 수 없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대표테마주인 이화공영은 2007년 8월부터 연일 급등세를 나타냈다. 2600원대였던 주가는 같은 해 12월7일 6만7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다음 주인 12월10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12월 말 주가는 1만5900원까지 주저앉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기조로 외치면서 태양광·풍력 등 신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녹색성장에 대한 회의감과 유럽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는 몰락했다. 태양광 대장주인 OCI는 지난해 4월 6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10만원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가치변화와 상관없이 대선 테마주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