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부터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단말기 자급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단말기 제조사와 이통사가 서로 제 밥 그룻 챙기기에 몰두해 해당 스마트폰 출시를 꺼리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사와 이통사가 제조부터 유통까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이 제도가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통신사 대리점을 거치지 않은 휴대폰 이용자는 지난 9월 8만6000명으로 전체 휴대폰 가입자(5300만명)의 0.16%에 불과하다.
이처럼 자급제를 이용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스마트폰이 아예 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최근 ‘갤러시 에이스 플러스’를 출시했으나 이 제품을 포함해 시장에 나온 자급제용 스마트폰은 모두 3종류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시행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단말기 자급제용 기기는 고작 3종류 뿐이어서 소비자들이 선택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사들이 자급제용 단말기 생산에 인색한 것은 휴대폰을 출시하기만 하면 이통사가 알아서 팔아주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적은 자급제용 휴대폰을 만들어 직접 판매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보조금 정책도 단말기 자급제가 정착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60~7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어느 소비자가 30~40만원 주고 자급제용 휴대폰을 구입 하겠냐”고 반문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단말기 자급제의 경우 비싼 요금제나 약정기간을 맺을 수 없기 때문에 보조금을 주고라도 긴 약정과 비싼 요금제로 최신 스마트폰을 파는 것이 이득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휴대폰 제조에서 판매까지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단말기 자급제가 정착되기 위해선 제조사와 이통사가 휴대폰 제조부터 유통까지 분리돼야 하고, 이통사들이 보조금으로 시장을 교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단말기 자급제: 소비자가 이동통신 대리점이 아니라,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해 자유롭게 통신사와 요금제를 골라 가입하는 제도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지난 6월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