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국 방문단에는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던 고려인 1세대 86명과 3세대 후손 14명이 포함됐다.
그중에서도 최고령인 김 니콜라이(89·사진)씨는 지친 기색도 없이 미소를 지으며 환영 나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가족 없이 타슈켄트의 아리랑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죽기 전에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정말 꿈만 같다”며 “옛날에 우리 조상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북쪽이 고향인 부모님이 “먹고 살기가 힘들어” 연해주로 이주했을 때 태어난 후 열네 살 때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탓에 이번에 처음으로 한반도 땅을 밟았다. 그럼에도 그는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말을 거의 못하는 다른 1세대와 달리 강한 사투리 섞인 한국말을 조금 구사할 수 있는 김씨는 "고려 사람인데도 고려 말을 못해서 말이 안 통하는 게 창피스러워 죽겠다"고 쑥스러운 듯 말하기도 했다.
몇몇 노인들은 국내에서 일하는 가족, 친지들과 상봉하기도 했다.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함께 온 고려인 3세대 석 알렉세이(22)는 “한국의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고 흥미롭다. 함께 온 어르신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고 뭉클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방문단은 11일까지 머물며 민속촌, 독립기념관, 경복궁, 임진각, 국회의사당, 삼성전자 등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1996년부터 중앙아시아 고려인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프렌드아시아는 “죽기 전에 한 번만 고국에 방문하고 싶어하는 고려인 1세대 분들이 아직도 많이 계신다”며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이들의 소원이 하루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