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2일 단행한 조직개편은 DMC(완제품)부문의 해체를 통해 기존 ‘DMC-DS(부품)’ 구조를 ‘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DS’ 3개 부문으로 재편한 변화 외에도 기존의 틀을 깨는 의미있는 시도가 함께 이뤄졌다.
창조성을 강조하는 소규모 조직의 육성을 통해 기존 일류화 제품군과 조직 문화에 새로운 활기와 영감을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그간 실험적으로 운영했던 소규모 혁신조직을 2013년에는 상설조직으로 제도화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창의개발연구소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해 ‘창의개발센터’로 격상시켰다. 창의개발연구소는 지난 1년간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시각장애인용 자전거 등의 창조적 제품 콘셉트를 발표한 곳이다.
또 삼성만의 강점인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삼성전자 고유의 에코시스템(Ecosystem)에 통합하고 범 사업부 차원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에코시스템인테그레이션(Ecosystem Integration)팀’을 신설했다. 아울러 예산 및 조직운영에 있어 자율권과 독립성을 부여해 사업부 간 벽을 깨고 광범위한 협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직성이 강한 대기업의 틀을 깨고 벤처기업과 같은 신속한 결정과 행동을 실시할 수 있는 조직도 대거 신설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업부별로 틀을 깨는 창조적 시도를 장려하기 위해 독립된 근무공간, 자율적 근태관리, 성과에 대한 파격적 보상 등 사내벤쳐 방식을 접목한 ‘C-Lab(Creative Lab)’을 신설한 것이다. 또 스마트 혁명의 진원지인 실리콘밸리와 미디어·광고의 중심지인 뉴욕 등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인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과 인재, 벤처문화가 기존 조직에 수혈될 수 있도록 했다.
전사차원의 인수합병(M&A)와는 별개로 주요 사업부와 ‘오픈 이노베이션센터’가 실리콘밸리 등 현지에서 소규모 M&A를 직접 주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변화다. 더불어 소규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핵심인력을 채용 방식으로 M&A하는 ‘Acqui-Hire 방식’을 지속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 현지에 손영권 사장이 지휘하는 ‘삼성 스트라테지&이노베이션(Samsung Strategy & Innovation)센터’와 데이빗 은 부사장의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연이어 설립한 데 이어, 연구소, 기술원, 사업부에도 대응조직을 운영해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규모 조직의 신설과 전폭적인 지원은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벤처가 가질 수 있는 창조성과 혁신성, 빠른 의사결정을 녹여내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