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수탁 생산) 체계가 2사 체제로 됨에 따라 패키지 테스트 공정의 서플라이 체인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장치·부품 업계가 긴장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시선은 대만으로 쏠리고 있다.
애플의 파운드리 체계 변경은 이미 기정사실화해 ‘언제 일어날 것인가’가 관심사였으나 2013년에 드디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DRAM과 NAND 플래시, LCD 패널 등 다른 전자기기에서는 ‘탈(脫) 삼성’ 신호가 나타났으나 AP 쪽은 그다지 두드러진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AP는 다른 전자기기와 달리 맞춤주문 방식이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용 AP를 써온 애플이 파운드리 체계를 바꾸지 못한 이유다.
애플은 그 이면에서 서플라이 체인의 전환 준비를 착실히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애플이 대만 TSMC에 생산 위탁을 하지 않은 것은 자사는 물론 TSMC도 반도체 설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 업체 출신의 설계 및 프로세스 엔지니어를 수백 명 규모로 채용하는 등 반도체 설계 및 개발 능력을 강화해왔다.
그 성과는 아이폰5의 AP ‘A6’에서 실현됐다. 지금까지 애플의 AP는 ARM 코어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나 A6는 ARM 아키텍처와 호환되는 독자적인 코어를 탑재하고 있다. 이는 애플도 반도체 설계 능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첫 증거로서 “설계 능력에서 다른 AP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
설계 능력이 향상되면서 TSMC에 대한 발주는 현실화하지만 생산 이전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말기의 심장부인 AP를 1개사에 위탁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 거대 규모를 자랑하는 애플 제품이면 더 그렇다.
TSMC는 2013년 7~9월 중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아이폰5S부터 부분적으로 애플의 파운드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5S의 AP는 현행 32nm급에서 28nm급으로 미세화할 예정이며, 삼성과 TSMC 모두 이에 대비하고 있다.
TSMC의 수주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 지는 현 시점에서 불확실하지만 TSMC가 올해부터 애플의 AP 수탁사업에 참여한다는 것 만은 확실하다.
전공정 단계의 파운드리 변경은 후공정 단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애플의 AP 테스트는 전공정과 후공정 모두 삼성의 자사 공장에서 이뤄졌다. 여기에 TSMC가 참여함에 따라 대만 2대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아웃소스(OSAT)업체인 ASE와 SPIL도 동참하게 된다.
장치·부품 업계에서는 절대량이 바뀌지 않으면 삼성과 TSMC 양쪽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애플의 AP 사업은 전공정과 후공정 모두 반도체 업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만이 호황을 누리는 현 상황에서는 강자의 서플라이 체인에 합류한 기업이 암울한 2013년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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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AP :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리는 핵심 부품으로 지금까지 애플은 이 부품을 전량 삼정전자로부터 공급받다 내년부터는 대만 TSMC로부터도 공급받기로 했다.
·플립칩 : 반도체칩을 회로 기판에 부착시킬 때 금속 와이어와 같은 추가적인 연결 구조나 중간 매체를 사용하지 않고 칩 아랫면의 전극 패턴을 이용해 그대로 융착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프로브카드 : 반도체의 동작을 검사하기 위해 반도체 칩과 테스트 장비를 연결하는 장치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