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측과 생산라인을 점거중인 노조와의 충돌이 일촉즉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청 근로자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청 근로자 35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하청노조는 8500명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급기야 지난 30일 현대차는 파업에 나선 하청노조를 대신해 생산라인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려다 충돌해 수십 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하청노조는 최근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현대차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노사모두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와는 달리 지속성장을 위해 상생의 문화를 펼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2012년 노사의 사회적 책임 우수기업’에 선정된 롯데호텔은 2010년 노사상생협약을 체결한 이후 안정된 노사문화를 정착시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용직 근로자를 상시 인력으로 전환(전년比 27.3%↑)하는 등 고용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 차체부품을 생산하는 성우하이텍은 무려 35년 동안 무분규·무감원을 이어가면서 외환위기를 비롯해 경제위기를 극복해 왔다. 지난해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하고 이윤을 노사가 분배한 공을 인정받아 ‘2012년 노사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달 25일 해고노동자 자살 사건으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업이 살아야 직원이 산다’는 각오로 기업을 돕고 있다. 장기간 수주 부진으로 대규모 휴업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것.
노조는 지난달 30일 국내 발전5사가 공동발주하는 벌크선 수주를 위해 직접 나섰다. 노조는 선주사 5곳에 탄원서를 보냈고, 영도조선소를 방문한 해양지원선의 실사단과는 면담을 갖고 ‘납기 준수’와 ‘고품질 선박 건조’를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노사 간 대립이 1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작년 노사분규는 총 105건이며, 근로손실일수는 93만3267일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에 비해 각각 62%, 117% 증가한 수치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9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조사 결과를 보면 19위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받았지만 ‘대립적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WEF는 한국의 ‘노사간 협력’ 항목에 대해 전 세계 144개국 중 129위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 노사관계가 더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3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답변이 47.8%,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42.7%로 나타났다. 기업인 10명중 9명이 노사관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 경제 불황과 환율위기 속에 노조의 상반된 모습은 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노사갈등은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기업의 고용확대 방안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살얼음 같은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며 기술-생산기반 등 경쟁력 확보에도 브랜드 간 차이가 있어 하위 업체 간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며 “국내 업계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사화합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노사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3일 경총포럼에서 “일부 정치권이 사업장을 방문해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를 정치이슈화하고 있다”며 “쌍용차 무급휴직자 전원에 대해 복직을 결정한 만큼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도 국정조사 요구를 즉각 철회하고 노사자율에 맡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