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BT(생명공학)를 농식품의 생산·가공·유통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종자·생명산업 등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
박근혜 정부의 첫 농림축산부 수장을 맡은 이동필 장관이 취임 일성을 통해 밝힌 포부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통해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 데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33년간 농업·농촌 분야를 연구해 온 농정 전문가다. 농업분야의 저서만 10여권을 냈을 정도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해 왔다. 농업계에선 ‘21세기 농업실학자’로도 손꼽히기도 한다. 농업에 서비스업 등을 연계시켜 농촌산업 진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農心과 함께한 30여년…전문성과 뚝심 겸비 = 이 장관은 198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2011년 원장에 임명되기까지 33년을 연구원에 몸담아 온 농업경제 전문가다. 경북 의성군 출생으로 영남대학교 축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석사, 미국 미주리 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계와 부처, 농업 분야 국제기구도 두루 거쳤다. 국무총리실 농업정책심의회 실무위원,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상근 전문위원, 농림수산식품부 규제심사위원회 위원장, 기획재정부 농림식품 분야 중기재정작업반장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1996년 UN 아태지역 경제사회이사회 CGPRT센터 기술자문위원으로 발탁돼 해외 업무 경험도 쌓았다. 미국 사정과 경제 통상에 밝아 적극적인 개방론자로 통한다.
이 장관은 특히 인삼 등 특용작물과 전통주 등 ‘6차 특산품’ 육성에 독보적인 연구 업적도 남겼다. 지금은 동네 식당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복분자 술. 이 술이 대중화되기까지 이 장관이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는 1998년 규제개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복분자는 한약재라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규제 철폐에 앞장섰다. ‘전통주 규제가 풀려야 농가 소득이 향상된다’는 신념에서였다. 홍삼 전매제도를 없애고 막걸리 도수와 유통망 규제 등을 풀어 세계적인 술로 부활시킨 것도 그다. 전통식품 규제 개혁에 기여한 공으로 2011년에는 민간인으로는 드물게 국민훈장 동백장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농업을 6차(1+2+3차)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농정철학을 실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얻는다. 농업과 서비스의 결합 방안, 농산물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농업의 새로운 정책목표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자 출신이지만 30여년간 농촌 현장에서 농업인들과 동고동락하며 농심(農心)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다. 농촌과 농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농촌경제연구원장 시절, 연구원 직원들을 설득해 연구원 내 잔디밭을 보리밭으로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또 농촌 희망찾기 토론회나 귀농·귀촌 정책토론회를 열어 수시로 농업의 현실을 살피고 정책을 발굴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업·농촌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꾸준히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새 정부에서 농촌경제 활성화와 농촌 복지 등 개혁정책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온화한 성품의 합리적 스타일 = 이 장관은 박근혜 내각 인선 중 ‘깜짝 발탁’ 사례로 분류된다. 관료나 정치인이 아닌 연구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전문성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얘기도 된다. 농림수산식품부 안팎에서도 그는 높은 전문성과 온화한 인품을 겸비한 인물로 통한다. 특히 “성품이 모나지 않고 튀지 않는 성격이어서 두루 친화력이 좋다”는 평이다.
업무 처리 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은 후 숙고해서 결정하는 합리적 스타일로 알려져 있으며 소통에 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외 농업정책 부처와 기구를 거친 경험이 있어 관과 민을 아우르며 무난하게 차기 농정을 이끌 것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이 장관은 농업 정책연구와 현장을 함께 이해하는 종합적·합리적 사고가 탁월하다”며 “농정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농정비전과 실현하고 농업의 신성장 동력화, 복지 농어촌 건설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정책 연구나 행정 경험이 없어 다른 경제부처와의 논의·협력 과정에서 추진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무형 장관이기 때문에 농정의 총괄적인 정책조율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농림축산부 산하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연구하던 학자가 농림축산부 관료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도 관건이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도 이 장관의 인사청문보고서에서 “농촌경제연구원에 30년 이상 재직해 농정 전반에 대한 전문성은 있다고 보이지만 실제 행정경험이 없어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겸비해야 할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 비전 제시와 정책추진능력 등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