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서는 혁신 비용을 판매 수량으로 나눈 ‘창조원가’가 바로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27일 이투데이의 인터뷰에서 “‘인건비+재료비’라는 산업사회의 경쟁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 같은 창조원가 방정식을 소개했다.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낸 이 교수는 지난 2009년 ‘창조경제연구회’를 만들어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창조경제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기획실장과 함께 ‘창조경제’란 제목의 책을 내달 3일 발간한다. 이 교수는 책에서 아직까지 국내에서 생소한 창조경제의 본질과 특성을 보다 쉽게 소개하고 이로부터 세워진 8대 국가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이 책을 공무원 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창조경제의 3대 축으로 △기술(메타기술) △혁신 생태계 △개방 플랫폼을 꼽았다. 그는 “이로부터 실제 창조물 거래가 세계 최대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고, IT 특허 거래만 2조원이 넘어서고 있다”며 “이번에 나올 책에서 ‘창조원가 방정식’을 내놓고, 이를 통한 8대 국가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단일 기업이 혁신과 시장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창조경제 패러독스’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효율을 담당하는 기업과 혁신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분할돼 협력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가 개발한 창조적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개척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반대로 대기업의 내부 혁신은 중소·벤처에 비해 10배 이상의 고비용 구조가 되기 때문에 대기업의 시장과 중소·벤처의 혁신이 결합, 협력관계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런 효율성이 발휘된 좋은 예로 ‘아이폰’을 들었다.
아이폰은 미국 대기업인 애플사가 제품을 개발해 ‘앱스토어’라는 유통망을 제공하고, 소규모 업체들은 자신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앱스토어를 통해 간단히 유통시킬 수 있는 시장과 혁신이 결합한 대표적 사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창조경제 시장의 규모와 수준과 관련해선, “지금까지는 모방경제였기 때문에 이제 시작 단계”라면서도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ICT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는 한국이 앞서 있는 상태”라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부처가 창조경제를 주도하는 것도 우리가 처음”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의 의미도 부여했다.
한편 이 교수는 오는 30일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2001년 펴낸 책 ‘창조경제’의 저자 존 호킨스와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