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 가운데 유일하게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치를 제시한 분야다. 그만큼 강조의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747 공약’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처럼 그 과정에서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곧 발표할 일자리 대책이 ‘시간제 근로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더해진다. 정부 입장에서 시간제 근로를 늘려 기존의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은 고용률 수치를 직접적으로 손쉽게 늘리는 방법이지만 고용여건의 질을 떨어뜨리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도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 성장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일자리는 2배 확대
정부가 준비 중인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에는 공공부문에서 12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청년고용 비율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할당제’ 등을 시행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특히 ‘시간제 공무원’을 임기 내 5만명 충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인구 고용률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성적은 64.2%다. 이 수치를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인 2017년까지 23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초 약속했던 300만개 일자리보다는 적지만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150만개보다는 100만개나 많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47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100% 달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연평균 20만명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비율을 2배로 끌어올려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더구나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은 연간 2%대로 주저앉은 상황이어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란 지적이 많다.
정부가 꺼내든 핵심 카드는 ‘시간제 근로’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대책은 시간제 근로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시간제 공무원을 5만명 가량 늘리고 민간기업도 이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단기적으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인 정책이지만 그에 따른 다양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 한번 실패한 시간제 확대 ‘재탕’…약발 받을까
사실 ‘일자리 나누기’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재탕정책’이다. 2011년 고용부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금지·고용 촉진’을 골자로 하는 법률을 새로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마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고용 비용 증가’를 우려한 재계와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쳤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불평등을 없애는 제도 정비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 창출에만 매달리면 자칫 시간제 근로 시장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 김영미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일제와 파트타임의 차별을 없애는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 파트타임을 늘리면 기업에 파트타임 시장은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는 ‘고용의 덫’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은 직장에서 차별받고 고용안정성도 떨어지는 ‘저급한 일자리’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근로자가 각자의 개인 사정에 맞춰 일정 시간만 일해도 되는 ‘자발적 일자리’로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요소를 없애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