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인수·합병(M&A)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스티븐 엘롭 최고경영자(CEO)도 노키아의 계속된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3년 임기가 거의 끝나가지만 그의 노력은 빛을 보지도 못한 채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최근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부분 매각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로 끝났다. MS와의 협상 결렬은 노키아의 악화한 시장 점유율과 인수가격에 대한 인식 차이가 문제였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마트폰시장이 급부상하기 전까지 노키아는 지난 14년간 휴대폰 업계의 ‘슈퍼 갑’이었다. 노키아의 순익은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했다. ‘노키아가 망하면 핀란드가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하기도 했다.
애플이 2010년부터 주도한 스마트폰 혁명에 뒤처진 것이 노키아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밀리면서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노키아는 부진을 만회하고자 당시 MS의 부사장이었던 엘롭을 ‘파격’ 영입했다. 그의 CEO 취임은 노키아가 설립된 지 148년 만에 첫 외국인 수장 탄생을 의미했으며 그만큼 노키아의 절실함이 묻어났던 인사였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CEO에 취임했지만 그의 경영활동은 뼈아픈 구조조정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회사의 사활을 걸었던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가 잇달아 취소되는 것은 물론 본사 직원을 포함해 수천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상당 부분의 회사 자산도 처분했다.
최근에는 회사 사정 악화를 이유로 이사진은 배당급 지급을 연기했으며 인도에서는 탈세혐의로 3억6900만 달러 규모의 세금을 내야할 처지다.
여기에 엘롭의 스마트폰 전략이 신통치 않은 것도 회사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특허를 보유했지만 아직까지 혁신적인 제품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사업에 윈도 운영체제(OS)를 고집하는 것도 뒤처진 전략이라는 평가다.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에서의 공급망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최근 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노키아 인수에 관심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은행 노디어의 새미 사카미스 애널리스트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이후에도 노키아의 유동성은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라며 “이는 인수자가 나섰을 때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여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