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걸 신드롬’] 팽팽한 뒤태에 팽팽한 승부는 뒷전…“합법적 변태” 쓴소리

입력 2013-08-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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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걸·치어리더 性 상품화 논란…“조용하게 경기만 관전하고 싶은데…”

▲프로야구 흥행에 일조한 치어리더는 다이내믹하면서 역동적인 응원문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적 요소가 많은 야구에서는 작은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수도 있는 만큼 어울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뉴시스
“차자자자자자작! 차자자자자자작!”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요란스럽다. 카메라맨의 눈빛은 먹이를 포착한 사자와 같다. 한순간이라도 노칠 새라 연사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14일 전남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카레이싱 대회인 ‘2013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3라운드의 모습이다. 출전 드라이버 못지않게 카메라맨들의 앵글을 집중시킨 것은 다름 아닌 레이싱걸이다.

카메라맨들은 레이싱걸의 움직임·표정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에 내고 있다. 카레이싱 대회의 주인공이 마치 레이싱걸 같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풍경이지만 현실이다.

레이싱걸은 모터스포츠의 꽃으로 불린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소속팀 드라이버를 응원하거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기념촬영을 돕는 일이 주 업무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지만 이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여성의 성(性)상품화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을 관람한 문경호(40·사진작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걸 레이싱’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며 불만스러운 참관기를 남겼다.

그는 또 “요즘 카레이싱 대회에는 레이싱걸을 촬영하는 사람과 자동차를 찍으려는 사람으로 나뉜다. 레이싱걸을 따라다니는 사람들은 마치 합법적 변태행위를 즐기는 것 같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라운드 시작과 끝을 알리는 라운드걸과 옥타곤걸. 격투기 경기장의 청량제 역할을 하지만 노골적 성 상품화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여성의 성 상품화 논란은 모터스포츠만의 일이 아니다. 야구, 농구, 격투기 등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는 여성의 성 상품화가 녹아 있다.

프로야구 유명 치어리더는 웬만한 연예인도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카메라맨들은 선수보다 유명 치어리더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그 덕에 온라인 뉴스는 경기 내용보다 치어리더들의 사진이 더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레이싱 모델과 옥타곤걸은 연예계의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케이블 방송 채널의 증가로 연예계 진출 폭이 넓어진 만큼 건강한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들은 도전해볼 만하다.

프로야구 흥행에 일조한 치어리더 역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고도의 집중력과 전략이 요구되는 야구에는 앰프 응원과 치어리더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우에다 다이키(40)씨는 얼마 전 한국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았다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우에다씨는 “다이내믹하면서 역동적인 응원문화는 야구경기의 흥미를 더해주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브레이크타임마저 스피드하게 느껴진다”며 “한국만의 특성을 살린 독특한 응원 문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에다씨는 “축구나 농구 등 스피드하게 전개되는 스포츠와 달리 정적인 요소가 많은 야구는 작은 소음이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수도 있다. 또 관중에 따라서는 조용히 경기만 관전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며 “앰프를 활용한 치어리더 응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는 개인적·자발적 응원만 있을 뿐 치어리더를 통한 집단적 응원은 없다.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치어리더나 레이싱 모델의 활성화는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은 대부분 관중이 남성이었다. 남성 중심으로 자리 잡은 프로 스포츠에서 치어리더는 흥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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