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투명해야 신뢰 쌓이고 기부 활성화”

입력 2013-09-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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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필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수 순화동 한국장애인재단에서 경제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인권 기자 bink7119@
“재단은 투명해야 하고 재정이 건전해야 합니다. 투명해야 신뢰가 쌓이고 그 때 사람들의 기부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 투명성이라는 가치가 확산돼야 합니다.”

올해 3월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다 31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채필(57)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을 지난 26일 만났다.

장관까지 지낸 전직 고위 관료임에도 거액 연봉 자리 대신 무보수의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으로 온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부처에 있을 때 나름대로 사람을 중시하는 고용 등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민간인으로 돌아왔을 때 제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장애 당사자이기도 하니 피할 수 없다고 느꼈죠.” 사회로부터 받아온 것을 ‘재능 기부’로 돌려주고 싶다는 것의 그의 생각이었다.

그가 한국장애인재단으로 오고 나서 그곳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는 오자마자 재단의 영어 명칭을 기존 ‘Korea Foundation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에서 ‘Korea Foundation for Differently Abled’로 바꾸었다. 장애인의 의미를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Differently Abled)’이라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는 특히 재단의 사업이나 운영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따라서 호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재단의 적립 기금을 운용하는데 전문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장에 있는 전문가와 학자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이사회와 함께 실무적인 검토를 하는 배분위원회가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았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배분위원회 결정사항을 직접 설명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또 재단이 하는 사업과 진행 사항을 외부에서 알 수 있도록 언제든지 최대한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한국장애인재단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제5회 삼일투명경영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삼일투명경영대상은 비영리공익법인의 투명한 정보공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9년부터 제정됐다. 특히 한국장애인재단의 목적사업 수행 평가에 대한 투명한 공시, 조직운영 건전성과 위험관리 부분이 높은 점수를 받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이사장은 “재단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 효율성, 건전성이 핵심”이라면서 “한국장애인재단은 사회적 신뢰의 전제인 투명성을 바탕으로 문턱은 낮추고, 배려는 더하며, 기본에 충실하고 말 뿐이 아닌 책임지는 공익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누구에게든 장애가 있을 수 있으며 어느 한 부분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더 많은 나머지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장애’ 자체 보다는 더 큰 부분을 중시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에게 뛰는 것도 잘하고 날기도 잘하고 수영도 잘 하는 오리가 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면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전지전능한 사람은 없듯이 오리공화국을 지향하는 게 정답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공직이 ‘이어달리기’와 같다며 자신을 ‘400미터 계주를 뛰는 주자 중 한 사람’이라고 말했던 장관 시절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 정책들에 대해 그는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방향성은 크게 차이 없다”고 평가했다. 시설 위주 정책에서 ‘탈시설’로 이동하면서 장애인 복지에 대한 철학이 선진화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 그는 “1990년 장애인 고용이 만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13만명으로 22년만에 13배가 늘어났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예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 고용이 많이 늘었지만 대기업의 변화는 더딘데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또 ‘성인지적 예산’처럼 장애를 염두에 두고 이 정책들이 어떤 결과와 효과를 낳을지, 부작용 없는 정책을 사전에 강구할 수 있도록 ‘장애인지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 초빙교수와 한국기술교육대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 이사장은 “앞으로 미래를 담당하게 될 청년들에게 현장의 정책 배경과 추진 철학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라면서 “정부에 있을 당시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이사장은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82년 사무관으로 노동부에 들어간 그는 고용부 내 요직을 두루 거치고 고용정책과 노사정책 업무를 빈틈없이 처리해 ‘고용노동정책의 달인’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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