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27스페인세계랭킹 2위)이 한국을 찾았다. 그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초청으로 이뤄진 방문이었다.
나달은 기아차와의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지난 2004년부터 벌써 10년째다. 기아차는 나달이 18세 어린 나이 때부터 후원사로 나섰다. 나달은 방한 중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 기아자동차를 대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밝히며 기아차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단순히 홍보대사로서의 틀에 박힌 발언이 아니다. 그는 “기아차는 내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이전부터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줬고 이는 투어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더 이상 기아차 관계자들은 단순한 후원사가 아닌 가족 혹은 친구와도 같은 사람들”이라며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기아는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의 공식 스폰서다. 나달은 2009년 이 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로 현재까지도 대회 기간 중 기아차의 홍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직접 자동차를 시승 및 시운전하는 등의 열의도 보인다. 2009년 우승 당시 로저 페더러와의 결승전은 전 세계 150여개국으로 생중계됐고 4억명 이상의 시청자가 경기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는 스폰서로서 당시 대회 기간 중 경기장 안팎에 브랜드 로고를 총 3000시간 이상 노출시켜 6억 달러(약 6451억2000만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 스타 후원의 원조격인 기업은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다. 나이키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불스에 입단하면서 후원 계약을 했다. 당시 나이키는 에어로빅 슈즈 열풍을 타고 시장 1위로 올라선 리복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었고 그 대안은 스타 마케팅이었다. 나이키는 조던을 모델로 이른바 ‘에어 조던’ 시리즈를 출시했다.
조던이 성공시대를 열어가면서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는 점점 더 높아졌고 이에 고무된 나이키는 1900년대 들어 더욱 공격적인 선수 마케팅에 착수했다. 1996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500만 달러(약 53억7600만원)에 후원 계약을 한 것도 일련의 과정이었다.
조던이 연일 맹활약하면서 나이키 역시 고공비행을 다시 시작했고 미국 사회는 에어 조던 신제품을 얻기 위한 10대들의 살인사건까지 일어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1993년 10월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나이키 주식값이 한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1995년 3월 17개월 만에 그가 복귀를 선언하자 나이키 주가가 상한가를 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I’m back(돌아왔다)”이라는 짧은 말과 함께 복귀한 그가 몰고 온 파장은 농구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셈이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팀의 공식 스폰서인 경쟁사 리복의 유니폼을 입어야 했던 탓에 재킷 착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오른쪽 어깨에 고의로 성조기를 둘러 로고를 가리는 꼼수를 썼지만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던이 당시 나이키로부터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의 후원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조던의 행동도 무리는 아니다.
조던의 뒤를 이어 나이키의 간판이 된 선수는 우즈다. 1996년 계약 당시 연간 5000만 달러에 후원 계약을 한 나이키는 이후 3번의 연장 계약을 통해 현재 연간 2000만 달러 수준으로 그와의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우즈와의 계약 당시 골프 브랜드가 없었던 나이키는 현재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등과 같은 골프용품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