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SK, 한화, CJ 등 주요 그룹 총수가 구속된 상황에서 그룹들은 비상경영의 결정권을 1인이 아닌 체계화된 집단에 맡기고 위기 극복에 전력 투구 중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후 1·2심에서 모두 실형이 선고돼 경영공백이 사실상 현실화됐다. 이에 그룹은 수개월 전부터 경영전략을 결정하는 집단지도 체제 시스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가동, 계열사 오너들로 구성된 협의회를 통해 최 회장의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우고 있다. 물론 협의회가 총수의 자리를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총수 공백이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조세포탈·비자금 조성,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로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지난 7월 이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단 CJ그룹은 순수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일가가 포함된 비상경영체제를 택했다. 그룹경영위원회는 손경식 회장을 위원장으로,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주) 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한화 역시 지난 4월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원로경영인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시켰다. 김승연 회장의 장기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에 따른 특단의 조치다. 비상경영위원회는 금융·제조·서비스 3개 부문으로 구분해 각 부문별로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주어진 현안에 대해 즉각적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한다.
또 총수 부재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 △신규사업 계획 수립 △주요 임원인사 등 그룹 차원에서의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기능도 맡게 된다.
반면, 대안을 찾지 못해 사실상 그룹 해체 위기에 놓인 그룹들도 있다. LIG그룹은 지난 8월 구자원 회장과 구본상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주축 계열사이자 사실상 그룹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LIG손해보험을 매물로 내놓았다.
효성 역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가운데 오너 부재로 인한 신규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행을 택한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은 16일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