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아베 야스쿠니 참배는 '일추탁언'

입력 2013-12-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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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에 일추탁언(一鰍濁堰)이라는 말이 있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방죽을 흐리게 한다는 뜻이다. 일추탁언은 우리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가까운 일례로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들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6일 오전 11시40분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총리로는 지난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들도 사설과 칼럼을 통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는 그만큼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사설에서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한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 총리가 논쟁의 중심에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중국의 분노를 야기하면서 올 한해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세계가 이처럼 아베 신조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스쿠니 신사에서는 1853년 개항 이후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제2차 세계대전 등 일본이 벌인 주요 전쟁에서 숨진 246만여명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내고 있다.

말 그대로 아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문제는 아베의 이 같은 행위(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최근 방공식별 구역 문제 등으로 극동의 정세가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일본 언론도 그 어느 때와 달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27일자 사설에서 “총리가 어떤 이유를 들어도 이 참배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총리의 행위는 일본인의 전쟁을 대하는 방식, 안보, 경제까지 넓은 범위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신문은 “전범을 신격화하는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굳이 국론을 양분하는 정치적 혼란을 일으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몰지각한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의 머릿속에 ‘한국은 무시해도 된다’라는 인식이 굳게 자리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제 더 이상 한국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공염불만 늘어 놓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개탄과 분노만 할 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제대로 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아베 총리 뿐만 아니라 아직도 군국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역사가 바로 설 수 있고, 동북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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