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은행권 임원 남녀 성비가 27 대 1로 나타났다. 매년 27명의 남성 임원이 배출될 때 여성 임원은 고작 1명 나오는 데 불과했다는 의미다. 최초 여성은행장 탄생을 비롯해 주요 임원 자리에 여성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여풍’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금융권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주요 국책·시중은행 8곳의 남녀 임원(본부장 이상) 기용 성비는 27 대 1로 집계됐다.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기용 성비가 22대 1로 소폭 개선됐지만 수치상으로 보면‘금녀(禁女)의 벽’은 아직 견고하다.
여성 임원이 적은 이유는 여성 인력풀이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임원에 오르기 위해선 통상 20~30년을 은행에 몸담아야 하지만 여성은 출산이나 육아 등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을 조기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즉 본부장 승진 대상인 부서장 및 지점장에 오르기 전 나가는 여성인력이 많은 탓에 임원 후보군에는 여전히 남성이 포진해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채용된 인력 2만3447명 가운데 여성이 1만5178명으로 남성(8269명)의 약 2배에 달한다. 하지만 퇴직자는 전체 2만4789명 가운데 여성이 1만2962명으로 오히려 남성(1만1827명)보다 많다. 여성을 더 많이 채용하지만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여성의 경력이 단절, 결국 남성이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출산휴가를 포함한 육아휴직 2년 보장, 복직 전 재교육, 어린이집 등 여성의 출산·육아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중간에 복직하거나 또는 육아 및 추가 출산의 부담으로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적지 않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한은과 금감원의 남성 임원 수는 여성 임원의 25배에 이른다. 한은과 금감원의 여성 임원은 모두 5명이며, 같은 기간 남성 임원은 125명(한은 64명·금감원 6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