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뛰면 최소한 2~3배는 더 받는다.”
지방에 연고를 둔 한 프로팀 감독은 이 같은 말로 K리그 출신 선수들의 중국 리그행을 설명했다.
중국 프로리그가 아시아축구의 빅리그로 떠오르고 있다. 황금을 찾아 떠나듯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너도나도 중국으로 향한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3년 연속 득점왕, 한 시즌 최다골(31골), 6시즌 연속 20개 이상 공격 포인트 달성, 최단기간 100골 등 수많은 기록을 만들어낸 데얀이 FC서울을 떠나 장쑤 세인티로 향했다. 귀화 여부로 뜨거운 논쟁이 일었던 에닝유(전 전북 현대)는 이미 한 시즌 먼저 창춘 야타이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 전북에서 활약한 벨기에 출신 장신 공격수 케빈 역시 중국행이 확정적이다.
국내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주장 하대성은 베이징 궈안으로, 전북 임유환은 상하이 선신으로 각각 이적했다. 일본 FC 도쿄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도 올해 광저우 부리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시장이 달라졌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광저우 헝다가 중국팀 최초로 우승했다. 2006 독일월드컵 당시 이탈리아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150억원 이상의 연봉을 들인 광저우다. 전 잉글랜드 감독을 역임한 스벤-예란 에릭손은 광저우 부리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그의 연봉은 35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중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베이징 궈안, 충칭 리판 등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이장수 감독은 최근 중국 축구시장 성장에 대해 “대표팀의 부진으로 중국 축구가 침체기를 보냈지만 열렬한 축구팬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감독은 “클럽을 대표팀의 기반으로 삼자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에 따라 클럽들이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봉이 두 배가 아니라 30~40%만 올라도 미련 없이 팀을 옮기는 것이 프로의 생리”라고 언급하며 돈을 따라 이적하는 선수들을 비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스타가 빠져나간 K리그다. 포항 스틸러스의 황선홍 감독은 자금 압박으로 지난 시즌을 외국인 선수 없이 치렀다. K리그 최초로 리그와 컵대회를 동시에 우승했지만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황 감독은 “비록 더블을 했지만 현대 축구는 결국 투자”라고 전제했다. “저비용 고효율을 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라고도 못박았다.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타 리그로 이적함에 따라 K리그의 질적 저하가 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