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인즉 친구는 설날 아침 해외여행 중인 시부모님께 문자메시지로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오타로 인해 시부모님은 물론 시누이들과도 오해가 생긴 상황이다. “아버님 어머님, 오래오래 사세요”가 “아버님 어머님, 오래오래 사네요”로 잘못 쓰인 것이다.
경제부 기자가 출입처 회장에게 보낸 “회장님, 봄날 횡사(황사) 조심하십시오”라는 오타 섞인 문자메시지에 비하면 친구의 실수는 사실 애교 수준이다.
잘못 내뱉은 말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휴대전화는 물론 신문, 책에 잘못 찍힌 활자 또한 절대 지울 수 없다. 특히 신문의 오자는 때론 상상 이상의 화를 부르기도 한다. 1953년 충청일보가 ‘大統領(대통령)’을 ‘犬統領(견통령)’으로 잘못 써 편집국장, 편집부장, 정경부장 등 3명이 구속되고, 결국 폐간된 일이 대표적 사례다. 납으로 만든 활자를 하나하나 뽑아 판에 심어 조판하던 시절 발생한 실수다. 이후 몇몇 신문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 大統領’ 여섯 활자를 아예 통글자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언론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신문지면은 물론 온라인 뉴스에 오탈자, 잘못된 띄어쓰기, 비문 등이 넘쳐나고 있다. 과거 ‘견통령’이 시스템적 문제라면 현재 넘쳐나는 오류들은 욕심이 불러온 결과다. ‘전쟁 같은 경쟁’ 속에 매체들이 속보, 단독 보도를 외치며 기사의 정확성, 맞춤법,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종인데 오타 정도야’라는 배려(?)가 기사의 신뢰뿐만 아니라 신문의 가치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언론의 사명이자 역할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올바른 우리말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횡행하는 수많은 언론들이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쓰레기 언론으로 명멸할 뿐이다. 국내 모든 언론이 진실 보도와 더불어 우리말 교육과 표준어 보급에 앞장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