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기싸움을 이어가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내달부터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6월 지방선거모드’에 돌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하반기 국회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정부여당은 경제활성화를 논의 테이블에 제대로 올려보지도 못하고 마쳤다. 야당은 현오석 경제팀 경질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을 뿐 민생경제에는 관심도 없었다. 여야는 오로지 지역구를 챙길 때만 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흐름은 각 당에서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질의자로 전면 배치할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지방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일자리 창출과 인재 육성, 산업단지 활성화 등을 위해 남부권에 제2의 관문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며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주장했다.
인천시장 선거에 나설 같은 당 이학재 의원은 “인천을 창조도시로 지정해 창조경제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언급하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큰 대회는 해당 지자체의 힘만으로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찰떡궁합으로 손발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제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안녕하냐. 예산은 내려오지 않는다.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 필요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는 이들 의원의 입에선 질의 시간 내내 지역구 이름이 떠나지 않을 정도였다.
곧 상임위원회가 전격 가동된다 하더라도 경제활성화 법안 논의는 여전히 녹록치 않다. 우선 경제문제와 관련해 여여가 선정한 우선처리 법안이 성격이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의료·교육분야 등에 관한 서비스 규제를 풀어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지본시장법, 크루즈 산업 육성법,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관련 주택법 등을 상정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을 담은 남양유업 방지법을 비롯해 변종SSM 차단법, 전월세 상한제법,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법 등을 우선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기초연금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데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조치 입법, 국가정보원 개혁 법안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경제활성화만 내세우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6600개가 넘지만 지방선거 일정 때문에 여야가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선거 날짜가 다가올수록 법안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