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한국이 다른 신흥 경제권과 차별화는 됐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를 의미하는 ‘세이프헤븐’(Safe heaven)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13일 2월 기준금리를 2.50%로 9개월째 동결을 결정한 직후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준 세이프헤븐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됐다고 인식하지만 모든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금융시장은 유동적이며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의회에 제출한 ‘금융정책 보고서’에서 15개 신흥경제국 가운데 한국이 대만과 함께 취약성이 가장 낮은 나라로 평가된 데 대해 “아무일 없을 것이라며 자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또 미 테이퍼링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는 예견된 일”이라며 “향후 신흥경제권이 경제 상황에 따라 거시경제 안정 정책을 취하고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을 하는 만큼 지금보다는 변동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있을 총재와 일부 금통위원 교체로 금리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채권시장에서 돈 것과 관련해서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 총재는 “금융은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며 “그런 소문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이득을 취합는 집단이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채권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소문을 의도적으로 내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김 총재가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최근 위안화 예금의 급증세와 관련해서는 “신용위험이나 외채 증가 위험 등 우려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국내에 달러가 풍부한 만큼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원·위안화 마켓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원·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됐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4개월 만에 폐쇄된 경험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한·중 무역 기업 간의 이해도가 높아져야 하고 관련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중 통화스왑을 무역결제에 이용하는 제도를 만들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의 제도적 차원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고 특히 중국에서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김 총재는 답했다.
차기 한은 총재의 덕목에 대해서는 “인사는 임명권자가 판단하는 것으로 후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관련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