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제학] 개도국 어린이 1600번 바느질 ‘축구공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4-03-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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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만들어지기까지

▲시중에서 5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야구공도 홈런볼·사인볼 등 의미가 부여되면 가치가 급등한다. 사진은 2012년 한일통산 500호 홈런볼에 입을 맞추고 있는 이승엽. (사진=뉴시스)

야구장에 잠자리채를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승엽(39·삼성)이 타석에 등장 때마다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9월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광주 무등경기장 야구장 풍경이다. 당시 한 시즌 55호 홈런으로 아시아 타이 기록을 수립한 이승엽(39)의 홈런공은 1억2500만원에 팔려 한국 야구 사상 최고가로 기록되고 있다. 이승엽이 같은 해 6월 기록한 최연소(26세 10개월 4일) 300호 홈런공의 가격은 1억2000만원이다. 이 공은 구관영 에이스테크놀로지 회장이 구입했지만 지난해 삼성에 기증했다.

일반 야구공은 5000원이다. 그러나 유명 선수의 사인볼이나 의미가 부여된 공은 가치가 달라진다. 전 세계 야구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린 공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51)가 기록한 70호 홈런공이다. 이 공의 가격은 270만 달러(28억8000만원)로 이듬해 만화 ‘스폰’의 창작자로 알려진 토드 맥파레인이 구입했다.

이처럼 5000원 미만의 야구장이 57만6000배나 뛸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유명 선수의 사인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인을 받는 위치도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이 된다. 유명 선수라도 사인 위치에 따라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신자의 이름이 적혀 있어도 좋지 않다. 예를 들어 ‘to ○○○’ 또는 ‘○○○에게’ 등으로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공은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구공 제조과정은 코어에 실을 감고 소가죽을 입혀 붉은 면사 108땀을 뜨면 완성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야구공은 코르크, 고무 또는 이와 비슷한 재료로 만든 작은 심에 실을 감고 흰색 (소)말가죽 두 쪽으로 싸서 단단하게 만들도록 돼 있다. 중량은 141.7~148.8g(5~5.25온스), 둘레는 22.9~23.5㎝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같은 사양을 갖춘 것은 아니다. 19세기 중반 야구 종가 미국에서 생산한 야구공의 무게는 85g에 불과했다. 지금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야구공이 가벼운 만큼 타자들의 반응이 쉬워졌고, 한 경기 100점 이상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와 비슷한 사양의 야구공이 만들어진 것은 1920년대 들어서다. 탄력이 좋은 코르크가 들어간 야구공이 공급되면서 홈런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축구공은 오각형과 육각형의 가죽 32조각과 1600회 이상의 바느질로 만들어진다. 외피 안에 폴리에스테르 등을 접합하고 안에 들어가는 튜브는 바람을 넣어 하루 정도 지켜본다. 이후 육각형과 오각형으로 재단된 가죽을 약 1600회의 바느질로 꿰맨 후 다시 바람을 넣으면 지구촌이 열광하는 축구공이 완성된다.

축구공의 가격은 4만~5만원이다. 그러나 축구공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전 세계 수제 축구공의 70%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생산된다. 한때 축구공을 만들며 노동 착취를 당한 개도국 아이들이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된 적도 있다. 5~6살 아이들이 하루 13~14시간 동안 축구공을 꿰맨다. 그렇게 일한 대가는 기껏해야 하루 100원이다. 축구공이 약 5만원에 팔려나가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다.

골프공은 작지만 제법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합성고무를 숙성시킨 후 압축성형기에 넣어 열을 가하면 반발탄성이 뛰어난 코어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압축성형된 코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사출기를 이용해 커버를 씌운다. 이후 페인트 도장을 거쳐 실리콘 패드를 이용해 로고와 번호·모델명을 인쇄하고, 마지막으로 커버 보호를 위한 투명우레탄 페인트 도장을 마치면 골프공이 완성된다.

골프공은 최소 6명이 1년 이상 연구·개발해야 새로운 골프공이 만들어진다. 개발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수십억원이 투입된다. 골프공 가격은 1더즌(12알) 5만~10만원이다.

볼링공도 겉과 속이 각각 다른 구조다. 겉보기에는 한 가지 재질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겉과 속이 다른 재질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외부의 재질은 레인의 상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편의상 경질·중질·연질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내부는 콜크와 합성고무를 혼합해 압축된 것으로, 상층부(웨이트블록)에는 볼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무게가 있는 특수 재질로 구성된다. 볼링공 가격은 30만원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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