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이 되겠다는 야심찬 꿈을 접어야 했던 이진숙 신임 보도본부장은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는 2012년 MBC 노조 파업 당시 홍보국장을 지내며 김재철 전 사장의 적극적인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을 내걸었던 노조의 파업을 ‘명백한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한 노조 탄압의 상징적 인물이다.
권재홍 신임 부사장은 ‘할리우드 액션’이란 기록을 남긴 바 있다. 2012년 5월 17일 방송된 ‘뉴스데스크’는 권재홍 당시 보도본부장이 MBC노조의 출근 저지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이 이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허위로 판단하고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진숙·권재홍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철진 신임 편성제작본부장은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아이템을 통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나’했더니 ‘역시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인선에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노조는 즉시 ‘우리는 그 이름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듣는 귀가 의심스럽고 보는 눈을 믿을 수 없는 참담한 소식”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권재홍 신임 부사장에 대해서는 “파업 와중에 대화를 요구하는 후배 기자들을 폭도로 몰아세우고 해고와 중징계의 칼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신임 보도본부장에게는 더욱 날카롭게 반응했다. “보도부분의 앞날도 암담하다”며 “선후배 동료 기자들로부터 ‘제명’까지 당한 인물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한 건 기자 양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MBC의 내홍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이 시청자란 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제대로 ‘알 권리’와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볼 권리’를 빼앗긴 시청자는 분개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다. MBC를 버리는 것이다.
시청자를 잃은 방송사가 과연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람 잘 날 없는 MBC는 그 바람으로 MBC란 등불을 직접 꺼뜨릴 수도 있다. 이 점을 ‘안광한 체제’가 부디 알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