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캐나다가 9년여만에 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했지만, 정작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효과는 다른 FTA에 비해 크지 않다. 관세 철폐의 혜택을 수입·유통업체가 독점하는 유통 구조 탓에 수입제품 가격 하락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의류(관세율 13%)와 메이플시럽(8%), 아이스와인(15%), 연어(10%) 등에 적용된 관세가 FTA 발효 즉시 없어지지만, 대부분의 의류 및 식품 등의 올해 수입물량은 구매 계약이 끝난 상태여서 연내 관세가 인하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업체들은 관세 인하가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도 대부분의 수입업체가 가격 인하 방침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당초 한·캐나다 FTA 체결로 캐나다구스 패딩은 한 벌당 약 3%(5만원 가량)의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고, 메이플시럽과 아이스와인, 연어 역시 유통가 기준으로 평균 5% 가량의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셈이다.
캐나다구스의 공식 수입업체인 코넥스솔루션은 내년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굳이 수입업체가 관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 ‘베짱 장사’를 펼치는 것이다. 이는 한국·EU FTA 체결 후, 오히려 프라다코리아와 페라가모코리아가 국내에서 제품 가격을 올린 것과 같은 이치다.
가격이 싸질 것으로 예상되는 쇠고기 역시 40%의 관세가 매년 2~3% 단계 철폐됨에 따라 무관세 혜택은 15년차에서야 가능하다. 돼지고기(관세율 22.5~25%)도 5~13년 걸쳐 없애기로 해 체감 물가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FTA의 가장 큰 목적은 소비자후생효과 증대인데 국내의 복잡하고 독과점 형식의 유통구조 때문에 가격거품이 많아 소비자들이 FTA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며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미국 FTA가 발효된지 2년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의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비타민과 화장품, 의류 등의 가격은 발표 이전과 차이가 없고, 일부 식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높아졌다. 첫 FTA인 한국·칠레 FTA도 마찬가지다. 칠레의 대표 상품인 와인도 15%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서 소비자 가격 하락을 기대했지만, 대부분의 수입업체들은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