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주말 토요일인 15일 분당사옥 대강당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회사 이미지 쇄신에 본격 나섰다. 연이어 터진 악재로 회사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황창규 KT 회장이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글로벌 1등 KT 결의대회’이름으로 소집한 이날 행사에선 황 회장을 비롯해 상무보 이상 임원, 주요 보직 팀장 등 270여명이 참석했다.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술개발, 상품, 유통·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으면 KT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임원들은 △고객 우선 경영 △법규 기준 준수 △사회적 책임 완수 등을 서약하는 순서도 가졌다.
업계는 황 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연이은 악재로 인한 부실·부정·부패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KT의 쇄신책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KT는 영업력 보강을 위해 대리점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회사의 이미지 하락으로 대리점주 모집조차 힘든 상황이다.
KT 이미지에 가장 큰 상처를 낸 사건은 이석채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인한 불명예 퇴진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검찰이 KT에 대한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그간 내부에서만 회자되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만천하에 공개됐다. 지난해 사망한 18명의 현직 직원 중 8명이 자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과, 이 전 회장 취임 직후 근로자 5992명이 명예퇴직했다는 점은 ‘이석채식 노무관리’라고 통칭되며 KT에 큰 오명을 남겼다.
KT 이사진은 이 전 회장의 퇴임 이후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황 신임회장을 선출하며 재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황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지난 1년동안 12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해킹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회사인 KT ENS는 직원이 3000억원대 대출사기에 연루되며 연일 언론에 거론됐다. 지난 12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시 교통카드사업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해 KT 광화문 사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KT는 또 과잉 보조금 경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함께 45일 간의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KT의 이번 결의대회는 영업정지기간 동안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출발의 각오를 다지는 행사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KT 사업 전반에 퍼져있는 이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고, 새로운 경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이 전 회장 부임 당시부터 곪아온 현안들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며 “황 회장이 강조하는 ‘정상 기업’‘다시 통신’을 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도 이날 행사에서 “고객 최우선 경영만이 KT가 글로벌 1등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이라며 “조직의 벽을 허물고 하나된 KT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해 글로벌 1등 KT를 실현해 나가자”고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