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코스닥시장의 우회상장이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코스닥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정식 상장과 동일한 심사 요건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부실기업의 '뒷문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로 그동안 부각됐던 우회상장의 매력이 소멸될 것이며, 향후 코스닥시장의 클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회상장, 정식상장과 심사요건 같아져
9일 금융감독위원회는 앞으로 코스닥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등 모든 우회상장 유형에 대해 정식 상장에 준하는 심사를 실키키로 했다.
기존에는 비상장기업의 규모가 상장기업보다 큰 합병의 경우에만 이같은 심사를 실시했지만, 포괄적 주식교환 등 다른 우회상장 통로에 대해서는 규제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처럼 심사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비상장기업이 자본잠식 유무, 경상이익 시현, 감사의견, 주요주주 지분변동제한 등 신규상장에 준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6월 중 코스닥상장 규정을 변경한 후 곧바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우회상장시 필요한 외부평가를 복수기관으로 의무화하기로 한 점도, 보다 객관적이고 보수적인 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회상장기업에 대한 공시와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도 금융감독 당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문가들 "코스닥 클린화 기여"
코스닥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그동안 부실한 장외기업이 부실한 코스닥기업을 인수하는 등 우회상장의 부정적 측면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사실상 편법적인 우회상장을 원천 봉쇄함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클린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회상장의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그동안 우회상장을 추진해왔던 기업들 대부분은 정식상장이 어려웠던 기업들이었다"며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우회상장이 어려울 것이며, 매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도 "이번 규제 방안으로 그동안 부각됐던 우회상장 메리트는 소멸됐다고 판단된다"며 "우회상장 기업의 경우, 코스닥 시장의 테마주를 선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입힌 사례가 많았던 만큼 코스닥 시장의 질적개선 측면에서 순기능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감위는 우선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해 이같은 우회상장 규제 방안을 적용하고 향후 유가증권시장으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아직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우회상장 사례가 많지 않고, 기업 규모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며 "우선 코스닥시장부터 적용을 한 뒤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