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가 ‘제2라운드’를 맞았다. 지난 5일부터 영업정지 대상이 SK텔레콤으로 바뀌고,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 단독 영업 기회를 잡으면서 업계의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소비자 시장은 여전히 혼탁하다. 영업정지의 반향이 큰 만큼, 이통사들이 가입자 쟁탈을 위해 상호 비방은 물론, 불법영업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서다.
◇영업정지 공수교대… 불법영업 신경전 =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이통사들이 지난 5일 선수를 교체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영업정지 대상이었던 LG유플러스는 오는 26일까지 단독영업 기회를 갖게 된 반면 SK텔레콤은 다음달 4일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앞다투어 보조금을 과다 지급하거나 영업정지 기간에 사전예약 가입을 받는 등 불법영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영업정지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이통사들의 몸부림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일부 영업점에서 영업정지를 앞두고 7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으로 정한 27만원을 약 2.5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신규 가입시 출고가 50만원 상당의 단말기를 페이백 형태로 추가 지원, 사실상 공짜폰으로 팔고 있다.
단독영업 기회를 맞은 LG유플러스도 영업정지 기간에 주요 휴대폰 사이트를 통해 대규모 예약 가입자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모 스마트폰 사이트를 통해 ‘갤럭시 노트3’, ‘G프로2’, ‘G2’ 등의 최신폰을 대상으로 예약 가입을 받았으며, 보조금도 53만~75만원 수준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불법영업 사례는 영업정지 공수교대 시점에서 이통사들의 상호 비방과 신경전을 통해 폭로된 부분이다. 이통사들 스스로가 서로 발목을 잡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영업정지를 받은 이통사들이 이같은 탈법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규제기관의 시장 안정화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오히려 시장만 더욱 혼탁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래부, 엄중 경고… ‘공동 시장감시단’은 허울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제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이통사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4일 이통 3사 임원들을 소집해 영업정지 기간 불법 가입자를 모집하거나 보조금을 살포하면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경고를 내비쳤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달 영업정지 기간에 불법영업을 하게 되면 대표이사 형사고발 등의 엄중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면서 “사업자들의 의견을 듣고 본사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통사들의 불법영업 폭로는 지난 1일 혼탁해진 이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공동 시장감시단’을 가동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이에 이통 3사가 결성한 공동 시장감시단이 정부에 보여지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불법 보조금 등으로 압박을 가하다 보니 이통 3사가 감시단이라는 허울 좋은 쇼를 구상한 것일 뿐, 이번 사례들과 같이 실효성은 없지 않겠느냐”며 “영업정지 대상이 또 교체되면 불법영업, 상호 비방전 등 시장의 혼탁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