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사업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이후 합병 분할이 여러 차례 이뤄지면서 삼성에버랜드를 시작으로 섬성전자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다소 단순화되고 있다. 특히 유사 부문 계열사 간 합병이 이뤄지면서 그룹 전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건설, 금융 부문의 재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우선 건설 부문은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4개의 계열사에 걸쳐 분산돼 있어 계열사 간 합병 작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하고 삼성에버랜드의 건설 부문도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삼성물산은 토목·건설 부문이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화공 플랜트 부문에서 대부분의 이익이 창출되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 효과 기대감도 높다. 또 그룹 내에서 건설 부문이 합쳐지면 사업 규모 및 외형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 건설부문 합병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삼성물산이 지난해 7월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던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또 삼성물산은 지분매입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존 2대주주이던 삼성SDI 지분을 인수했고 계열사 간 지분 정리 가능성이 함께 부각됐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건설 부문 합병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합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주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 건설 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 합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정대로라면 삼성물산은 건설계열의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모이고 삼성생명 아래에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가 포진하며, 삼성물산 아래 삼성엔지니어링 등 산업재 기업들이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그룹이 초일류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