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일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성장세가 선두업체보다 뒤떨어지는 데다 현대차 4공장의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측은 설 부회장의 사임을 “후진양성을 위한 용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재계 관계자는 드물다. 이보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 부회장단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의 중국 사업에 대한 불만은 지난달 직접 현지를 둘러본 뒤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충칭으로 입지를 정한 현대차 4공장의 착공이 올해 안에 어려울 것이란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해외 출장이 잦고 현지경영을 중시한다”며 “특히 현지에서 중대한 경영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유럽 출장 때는 현지공장의 증설을 현장에서 바로 지시했다. 앞서 2012년에는 정 회장이 미국 조지아공장을 방문한 뒤 현지 공장장이 곧바로 교체된 사례도 있다. 설 부회장의 사퇴도 지난달 정 회장의 출장 기간에 기정사실화 됐을 것이란 얘기다.
현대차가 충칭공장의 착공 시기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포드에 추월당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나온다.
충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창안포드는 올해 1~2월 중국에서 12만4197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0% 성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기와 견줘 8.8% 성장한 29만2640대(베이징현대 18만9220대, 둥펑위에다기아 10만3420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가 판매량은 앞서고 있지만 성장률은 창안포드에 크게 뒤쳐지고 있는 것. 특히 포드는 올해 말 충칭 3공장(연간생산 35만대 규모), 2015년 항저우 공장(25만대)을 준공하며 현대기아차를 뒤쫓을 발판을 차근차근 마련 중이다.
현대기아차의 성장세는 1분기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률(14.7%)뿐 아니라 선두업체의 성장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 판매 1위 상하이폭스바겐은 올해 1~2월 36만586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0.1% 판매량이 늘었다. 폭스바겐은 2016년까지 중국에 4개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해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