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부활 신화를 이끌었던 카를로스 곤 르노ㆍ닛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위기에 빠졌다.
닛산은 지난해 11월 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3대 자동차업체 중 유일하게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당시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비교적 한직인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달 인사에서는 야마시타 미츠히코와 이마즈 히데토시 등 곤 회장을 뒷받침했던 부사장들이 잇따라 퇴임하는 등 대규모 인사쇄신이 계속되고 있다.
곤은 지난 1999년 닛산 COO에 취임하고 나서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후 닛산은 2004년 5122억 엔(약 5조24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고 그 공을 인정받아 곤은 2005년 르노ㆍ닛산의 회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곤 회장은 르노까지 맡게 되면서 권한 이양을 진행해왔으나 이는 사실상 곤 회장을 ‘벌거벗은 임금님’같은 신세로 만들었다고 1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닛산은 전 세계 시장을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 3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마다 책임자를 뒀다. 이들 책임자로부터 올라온 경영정보를 당시 COO였던 도시유키가 통합해서 특별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했다. 이런 구조 아래서 곤 회장은 밑에서부터 올라온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신세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추정했다.
닛산은 오는 2016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8%, 영업이익률 8% 달성이라는 ‘닛산 파워 88’중기 경영 계획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알티마, 센트라 등 간판 모델들이 예상만큼 많이 팔리지 못하면서 계획 달성이 요원해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단일 모델로 승부수를 걸었으나 이는 미국 등 선진국과 신흥국 소비자의 취향 차이를 무시한 무리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알티마와 센트라 등이 너무 중국 취향에 맞춰져 미국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것.
전기자동차 리프도 닛산이 기대한 만큼 판매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영업현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강하게 요구해왔는데 경영진이 이를 무시하고 전기자동차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곤 회장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나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곤 회장도 이 문제를 인식한 듯 올해부터 COO직을 아예 폐지하고 기존 3극 체제를 세분화해 북미ㆍ남미ㆍ일본과 아세안ㆍ유럽ㆍ중국ㆍ중동 및 아프리카, 인도 등 6개로 늘렸다.
이는 곤 회장이 현장에서 받는 정보량을 늘려 적절한 경영 판단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