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올해 1000원선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떨어지겠지만 세자릿 수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 테이퍼링이 오는 10월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2분기 혹 3분기에 저점을 기록하고 이후에는 다시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원 내린 1027.0원에 출발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11일 장중 1029.0원을 기록한 이후 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020원대를 기록하는 것이다.
환율은 이날 오후 1시30분 3.9원 내린 달러당 1026.4원에 거래되면서 하락폭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등 미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과 함께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시장의 예상보다 컸던 것이 달러화 약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또 국내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인한 이월 네고(달러매도) 물량이 징검다리 연휴 이후 쏟아진 것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도 1020원대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점쳤다. 이렇게 되면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8일(1027.9원) 이후 처음으로 1020원대로 진입하는 것이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 1060원∼1070원 선을 중심으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글로벌 달러의 약세 현상 속에 4월 초 강력한 심리적·기술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50원이 깨지면서 하락세에 탄력이 붙었다. 최근 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등 원화 강세를 이끌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1050원 선이 무너지면서 오랜 기간 대기하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도 하락폭을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1050원선을 하향 돌파한 이후 17거래일 만에 1020원대에 진입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세자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1000원선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원·달러 환율 저점 도달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5, 6월이 통상 수출이 잘 되는 시기인 만큼 환율이 2분기에 1000원선 가까운 수준에서 저점을 찍을 것이며 미 테이퍼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10월) 이전에 1000원선을 테스트할 것”이라며 “당국이 내수를 중시하고 있지만 수출을 포기하기 어려워 1000원선 하향돌파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앞으로 서서히 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것과 동시에 미 테이퍼링이 오는 10월 종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분기에 1000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서고 추가적인 모멘텀이 부족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세자리수를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선물과 신한금융투자의 이날 환율 예상 범위는 각각 1023~1030원, 1023~1032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