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반짝 개선세를 보이던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가 최근 부진을 보이고 있다. 뚜렷한 업황 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중공업계의 불황이 더 길어질 것이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7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29만CGT(부가가치환산톤수)로 전달의 55만CGT에 비해 47.3% 감소했다. 4월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작년 같은 달의 194만CGT에 비해서는 85.1% 줄어든 수치다.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1월 174만CGT, 2월 186만CGT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3~4월에는 부진한 실적으로 돌아서며 업황 회복의 기대를 꺾고 있다.
국내 조선업의 부진은 중국 조선업체의 선전과 무관치 않다. 중국 조선업체는 4월까지 630만CGT를 수주해 한국의 444만CGT보다 크게 앞서 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국내 조선업체의 누적 수주량은 16.9% 감소했지만 중국은 10.9% 증가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상선과 벌크선의 발주를 대부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조선업체가 강점을 가진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는 부진하다. 올해 4월까지 국내 조선사 중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곳은 삼성중공업 뿐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드릴십 2척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1척을 수주했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어닝 쇼크’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2년 전 저가 수주한 물량이 발목을 잡으면서 1분기 적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1분기 각각 3625억원, 18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는 1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저가 수주 물량에 발목을 잡혀 2~3분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며 “해운업황의 정체와 원화 강세와 같은 외부 악재도 겹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