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큰손 자산가들을 홀리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의 자금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며 일반금리나 공모형 펀드에 비해 최소 수배, 최대 수십배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자산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모펀드와 49인의 투자자=사모펀드는 보통 은행이나 증권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PB센터의 고객은 보통 5억~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지닌 자산가다. 사모펀드의 투자금액은 최소 1억원, 투자 기간은 2년 정도가 대부분이다. 사모펀드의 수익률은 보통 정기예금 금리의 2~4배 정도를 목표로 한다.
사모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먼저 주식, 채권, 부동산은 물론 해외 투자나 헤지펀드까지 투자자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펀드를 만든 뒤 투자자를 모집한다. 최근에는 고객의 요청으로 사모펀드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가 ‘맞춤형 소량 상품’이기에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다양한 자산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높이 산다. 또 수익률이 은행 금리나 공모형 펀드에 비해 높다는 점도 매력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프리미어블루 PB는 “사모펀드는 상품을 미리 만들어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라며 “투자자는 50인 이하로 미리 타깃팅을 해 투자 의향을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대부분이 사모펀드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큰손’이 관심을 갖는 펀드는?=최근 자산가들이 관심을 갖는 사모펀드는 △원금보장형 롱쇼트펀드 △공모주 사모펀드로 요약된다.
원금보장형 롱쇼트펀드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과 롱쇼트펀드의 장점을 더한 상품이다. ELS처럼 투자금의 90~95%는 안전한 채권 등에 투자하고 나머지 5%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판단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공매도·short)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원금이 보장된다는 장점에도 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거액 투자자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상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 투자자(기관 또는 투자 경력 1년 이상·출자금 50억원 이상의 개인)만 가입하도록 제한됐으나 지난달 7일부로 이 제한이 풀리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공모주 사모펀드도 인기다. 사모형 공모주 펀드는 기관 투자자의 자격을 부여받은 운용사가 공모주 청약을 통해 공모주 주식을 배정받아 상장 후 매도, 초과수익을 얻는 펀드다.
사모형 공모주 펀드는 운용 제약이 공모형에 비해 적다는 게 매력이다. 주식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종목당 투자한도는 10% 미만을 준수해야 하는 공모형 공모주펀드(주식혼합형)와 달리 자산의 95%(유동성 5% 가정)까지 공모주 청약에 투자할 수 있다.
또 개인에 비해 기관의 공모주 배정 비율이 높다는 점도 공모주에 투자하기보다 사모펀드에 각광하는 이유다. 사모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비율은 10% 이상이지만 공모펀드의 경우 최대 10%에 그친다.
조재영 PB는 “금액을 공모 청약했다가 기관 자격으로 상장 첫날 동시 호가에서 팔고 나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장사에 투자하도록 설정된 펀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에서 출시한 비상장사이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톡에 투자하도록 설정된 사모펀드는 모집 후 350억원이 몰리며 완판됐다.
한 증권사 PB는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경우 장외에서 공모주를 장외가격으로 사 모았다가 상장 이후 수익을 거두는 구조”라며 “관련 투자 방법을 문의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년간 수익률 25%…메자닌 펀드 ‘대박’=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메자닌(Mezzanine) 펀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만들어진 사모 메자닌 펀드는 총 417건에 달한다.
메자닌 펀드는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채권을 만기 보유해 이자 수익을 내고, 주가 상승 시 주식을 취득해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다.
메자닌 펀드가 자산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박스권 증시에서도 탄력적 대응이 가능해 연 5~8%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 아셈 메자닌 펀드는 2년간 약 25%의 수익을 거두며 소위 ‘대박’을 인증하기도 했다.
다만 메자닌 펀드는 채권 발행 회사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조재영 PB는 “메자닌 펀드는 CB나 BW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구조”라며 “한 투자자는 3억원을 메자닌 펀드에 투자해 2년 동안 25%의 수익을 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