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대출 금리 인하에 대한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수료 조율 키를 쥐고 있는 은행권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상품 경쟁력 약화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위축되면서 금리인하 유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MBS를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 추가에 대해 신중모드로 돌변한 것도 부담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은 적격대출 금리를 최대 연 0.5%포인트 내리를 방안을 추진중이다. 은행 수수료를 줄여 변동금리 상품과의 스프레드를 20bp까지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주금공은 현재 은행 리테일 담당자들과 접촉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에게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의 채권을 주금공에 넘기면 공사는 이를 MBS 형태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대출부터 발행까지 1~2개월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동안 MBS 기준금리인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대출채권을 할인해 넘겨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 출구전략 논의로 국고채 금리가 폭등하면서 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인상을 단행되면 은행들은 또다시 대출채권매각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제시형 적격대출‘ 출시 등 리스크를 상쇄할만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낮추며
금리 변동성을 흡수하기에는 부담이 많다”고 말했다.
MBS 발행이 좀처럼 늘지 않는 것도 고민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7조3800억원에 달하던 MBS발행규모는 올해 1분기 2조2800억원까지 쪼그라 들었다. 적격대출이 은행권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상품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은까지 MBS를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 추가하기로 한 것을 두고 금리인하 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3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집행부는 “MBS가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포함되면 신인도 제고 및 투자 수요 확충으로 MBS금리가 소폭 낮아지고, 이와 연계된 고정금리부 대출 차입자의 이자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2주 뒤인 금통위 본회의서 집행부는 “국고채와 MBS간 스프레드가 작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MBS 금리의 하락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주금공 MBS 수요 확대를 통해 발행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었다.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금공은 적격대출 금리인하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적격대출의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부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은행 실무자들을 만나 수수료 인하에 대해 협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는 언제일지 미지수이지만 판매에 적극적인 은행부터 적격대출 금리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