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을 타고 지난 1분기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도 지난 2006년 최저수준을 보여 소득분배 지표들도 개선됐다. 하지만 체감은 달랐다.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지표인 평균소비성향은 1분기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향후 불확실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소득이 늘더라도 그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았단 얘기다.
또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2분기 이후에는 가계소득과 지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440만원…소득ㆍ지출↑ 소비성향↓=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0만3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명목소득 기준)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5.4%) 이후 가장 높아진 수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득 증가율도 1년 전에 비해 3.9% 늘어 최고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취업자 수가 작년 1분기에 비해 72만9000명(3%) 늘어 근로소득(5.3%)과 사업소득(3.2%), 이전소득(1.8%), 비경상소득(20.9%) 등이 모두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이자율 하락으로 재산소득은 10.6% 줄었다.
월평균 가구당 가계지출은 349만4000원으로 가계소득과 비슷한 전년동기대비 4.5% 증가폭을 나타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265만4000원으로 4.4% 증가했다. 2012년 1분기(5.3%) 이후 8분기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실질 소비지출도 3.2% 증가해 작년 1분기 -2.5% 감소세에서 꾸준히 증가추세를 그리고 있다.
지출 측면에선 기타서비스 지출이 55.3%나 크게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혼례 및 장제례 관련 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작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딸기, 배 등의 소비증가와 육류가격 인상으로 과일ㆍ과일가공품과 육류는 각각 7.3%, 5.9% 증가했지만 채소값 하락으로 채소 및 채소가공품은 9.7% 줄었다. 주류·담배 지출은 월평균 2만7000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0.8% 늘었다. 담배 소비(-4.5%)는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주류는 9.9% 증가했다.
교통 지출은 33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2%나 늘어나 가장 큰 오름세를 보였다. 자동차 구입에 대한 지출이 30.3%나 증가한 영향이다.
이밖에도 가정용품·가사서비스(9.4%), 기타상품·서비스(8.2%), 오락·문화(7.6%), 음식ㆍ숙박(6.1%), 통신(5.5%), 교육(2.6%), 의류·신발(1.2%), 보건(0.4%) 등은 씀씀이가 늘었다. 이에 반해 주거ㆍ수도ㆍ광열 지출은 1년 전보다 0.7% 줄었다. 월세가구가 늘어나 실제 주거비는 10.4%나 늘었지만 따뜻한 겨울 날씨로 주거용 연료비가 6.6% 줄어든 데 기인했다.
세금,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84만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4.8% 늘었다. 취업자 증가로 근로소득이 늘어나고 연말정산 추가 납부 등으로 경상조세는 8.9%로 가장 큰 지출 흐름을 보였다. 보험료 인상 등으로 사회보험료(7.4%), 연금(5.1%) 지출도 늘었다. 이자지출은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작년 1분기보다 1.9% 줄었다.
◇가계 불황혁 흑자 확대…작년 지니계수 ‘역대 최저’=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를 주저하는 태도가 이어지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폭은 더 확대됐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356만3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1% 늘었다. 하지만 소비는 줄여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90만9000원으로 7.3%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4.5%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떨어져 1분기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 가능한 소득에 대한 소비 지출액의 비율을 뜻하는 용어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74만5000원만 썼다는 의미다. 소비 여력이 있음에도 일단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부유층일 수록 더 씀씀이를 줄였다. 소득 계층 5분위별 평균소비성향 변화율을 살펴보면 1분위가 118.1%로 1년 전보다 5.6%포인트 늘었지만 5분위는 59.5%를 기록 0.1%v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편 지난해 지니계수 등 대부분의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체가구에 대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기준 지니계수는 0.302로 전년(0.307)보다 0.005 감소했다. 이는 전체가구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기재부는 “중산층 이하에 해당하는 1~3분위를 중심으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체가구의 중산층 비중도 2012년 65%에서 작년 65.6%로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저소득층 비중이 이정하게 유지됐음에도 고소득층 비중이 0.6%포인트 감소한 데 대부분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